김수현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배우들의 연기력 이외에도 성희롱 발언, 알몸 노출 등으로 매회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마치 고문영(서예지 분)의 동화처럼 잔혹하고 어둡지만, 상처를 입은 캐릭터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어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성격 장애, 정신과 병동, 조울증 등 다양한 정신과적 소재가 등장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필자의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자폐증인 형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돌보는 강태(김수현 분)의 어린 시절이었다. 드라마로 본 아픈
빙하가 녹아서 더는 먹을거리가 없어진 러시아 북쪽의 백곰들이 배가 고파 사람 사는 곳의 쓰레기장을 뒤적이는 모습. 세계 최고의 산호 군락지라고 불리던 호주의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의 산호가 어느새 80% 넘게 죽어버리면서 흑백사진처럼 변해버린 버린 바다의 풍경. 작년 9월에 시작된 호주 산불은 진화까지 6개월이 걸렸고 그로 인해 10억 마리의 동물이 죽은 사건. 이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생태계의 파괴. 생태계의 파괴는 멀리 있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최근에는 이로 인한 우
지난해 대전에서 20대 산모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태어난 지 한 달 남짓 된 딸을 살해해서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러한 산후 우울증과 영아 살해의 기사는 거의 매년 반복해서 나오지만, 댓글 반응은 ‘얼마나 힘들었으면…’이라는 공감도 있고, ‘산모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도 있다. 산후 우울증. 과연 산모의 탓으로만 돌리면 될 문제일까? ◆ 산후 우울감과 산후 우울증의 차이 산후 우울감은 30~75%의 산모에서 나타날 정도로 흔하며 별다른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호전된다. 산후 우울감은 일시적인 감정의 변
# ‘또확인’군은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앞두고 서둘러 외출 준비를 마쳤다. 가스 밸브가 잠긴 것도 확인했고 방 안의 불들이 꺼져 있는지도 확인했다. ‘지금 나가면 약속 장소에 20분은 더 일찍 도착할 수 있겠어’라고 시계를 보며 읊조린다. 현관문을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 순간 갑작스레 어떤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며 불안감이 찾아왔다. ‘가스레인지에 뭐 올려 둔 건 없었나? 가스 불은 껐었나? 화장실 환풍기는 끄고 나왔을까? 샤워기는 잠그고 나왔겠지? 현관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을 하지 않고 나왔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생활을 지속하던 인간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횃불인 전구를 발명한 이후로 잠을 정복하려 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잠을 자는 시간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행해졌다. 만성적으로 수면 부족이 생기면 인지기능이 떨어진다. 평소 잘하던 단순한 계산 실수가 발생하며, 집중력이 떨어지고 이른바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진다. 위험한 작업을 하거나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생긴다.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수면제를 처방하기 이전에 필수
우리의 마음에는 희노애락과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공존한다. 개개의 감정은 모두 그 존재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유독 슬픈 감정은 환영받기 힘들다. 우울감은 모든 일을 개인의 책임이라고 규정짓는 현대 사회에서 더 위로받기가 어렵다. ‘우울증’. 과연 그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한 걸까? 누구에게나 우울한 감정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우울한 감정을 알고 있다.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을 때,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술 마시고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주말에 상사로부터 연락이 올 때. 우울한 감정은 자신의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기대 수명은 82.36세이다. 요즘은 60갑자를 돌아서 온 것을 축하하기 위한 환갑잔치의 의미도 퇴색하여 일반 생일날과 별다를 것이 없어지고 있다. 어르신들도 오래 살기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어르신들 10명 중 4명이 치매를 암이나 뇌졸중보다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이후부터 주요 저널에서 치매와 수면제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언론에서도 이슈화되었다. 만 55세 이상에서는 자연적으로 수면을 도와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
매년 이맘때면 많은 집에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며느리들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며칟날 시댁에 갔다가 언제쯤 친정으로 넘어갈까’, ‘옆집 OO네는 해외여행을 간다던데’,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는데 용돈은 얼마나 드려야 할까’. 남편도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평소보다 말수가 적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명절 내내 원망스러운 아내의 눈빛을 받아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이 모처럼 모여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덕담을 해도 모자랄 시간인 명절 전의 흔한 풍경이다. 어머니 세대의 명절은 어땠을까? 전통
27세 여성 이 씨는 한밤중에 잠이 깼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몇 시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레 액정을 그녀의 눈앞으로 가져왔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30분. ‘잠든 지 두 시간이 지났구나……’. 켜진 액정에는 두 시간 전에 보던 인스타그램 화면이 그대로 떠 있었다. 그녀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엄지로 액정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SNS 중독, 여성이 더 많다? 아주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스마트폰 의존도 점수가 남성보다 10% 더
# ‘안버려’ 양은 편의점을 애용하는 20대 여성이다. 편의점에서 식사부터 간식까지 해결하고 커피도 마신다. 그리고 집 가까운 곳을 가더라도 항상 때 묻은 연두색의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 그 용도는 무엇일까? 백팩을 열어보면 편의점에서 먹고 난 샌드위치 포장지, 빵 봉지, 빈 커피 용기, 결제 영수증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혹시라도 나중에 사용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편의점에서 구매하고 먹은 뒤 나오는 껍질들을 백팩에 담아둔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책상 위에 그것들을 쏟아부은 뒤 비슷한 유형대로 한쪽으로 쌓아 둔다. ‘안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