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40대를 들어서며 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이는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매사 우울하고 일상에 의욕이 없어졌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중년 남성 3명 중 1명은 ‘남성 갱년기’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27.4%, 50대의 31.2%가 남성 갱년기에 해당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성기능에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한다. 그로 인한 심리적 위축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은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3배 정도 높으며, 사망 위험도 약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인 관계 및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남성 갱년기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 (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
40~50대 중년 남성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남자는 무조건 강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사회 통념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돌보거나 챙길 여력이 없어지면 만성 피로감, 짜증, 감정기복 심화, 두통, 두근거림, 답답함, 무기력감, 불안감 등 심리적 남성 갱년기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러한 감정이나 우울감을 표현할 곳이 없어 자기 전 혼술을 하거나 습관적으로 흡연을 하면 증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일시적인 감정이라고 간과하기 쉽지만 이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남성 갱년기 우울증이 하나의 질병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워싱턴에서 융학파 정신분석가로 활동 중인 제임스 홀리스(James Hollis)는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심리적 행복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며, 인생을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살아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남성 갱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ㅣ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남성 갱년기, 치료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하이닥 비뇨의학과 상담의사 변상권 원장 (연세에스비뇨의학과의원)
갱년기라 하면 여성의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남성도 나이가 들수록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서 갱년기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여성과 달리 남성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서서히 줄어 대부분 노화 증상으로 여기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성 갱년기의 진단은 50세 이상의 남성이 성욕 저하, 성기능 감퇴, 발기부전, 체지방 증가, 탈모, 피로감과 무기력감, 우울 등 각종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면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3.5ng/mL 미만일 때 이뤄진다.
남성 갱년기에는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이 매우 중요하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음주 및 흡연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하며,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비타민 D, 아연, 마그네슘 등의 영양제를 섭취해야 한다.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남성 갱년기 치료로는 테스토스테론을 함유한 연고, 패치, 주사제 등이 있다. 연고와 패치는 병원을 지속적으로 방문하지 않아도 되지만 지속시간이 짧고 피부자극 과민반응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주사제는 치료 효과가 뚜렷하고 부작용도 적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간이나 혈관, 전립선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치료 중에도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부작용 여부를 체크하도록 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김윤석 원장 (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이닥 상담의사 변상권 원장 (연세에스비뇨의학과의원 비뇨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