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한눈에도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20대 중반 남성이 내원했다. 그 청년은 큰 병원에서 궤양성대장염 치료를 받아왔는데 차도가 없어 한의원을 찾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날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4.5까지 떨어져 응급실에서 수혈까지 받은 직후였다. 건강한 남성에게서 기대되는 정상수치의 1/3 수준으로 떨어진 극심한 빈혈 상태였다. 이 날 내원했던 남성은 원래 과도하게 긴장하면 배가 아픈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스트레스 탓이려니 하며 몇 주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혈변과 빈혈이 심해져 일상생활을 하기가
저탄수화물 식단은 대부분의 경우 ‘건강에 좋은 식단’이다.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고 면 요리를 사랑하며 어디에서나 과자와 빵을 찾을 수 있는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려는 노력은 필연적으로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흰 쌀밥, 밀가루로 만든 라면, 빵, 과자, 단 맛 나는 음료수와 과일 중 하나 이상을 매일 빠지지 않고 찾아 먹는 현대인의 식단은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고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도록 만든다. 인슐린은 당을 분해해서 세포로 저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당이 많이 함
온 몸을 옷으로 가릴 수 있는 계절이 찾아왔음에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이 지난 9월 ‘지방의 누명’ 편을 방영한 이후로 공중파 아침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 건강 프로그램들에서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주제로 연일 방송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다이어터’들 사이에서는 저탄수 고지방(LCHF) 다이어트에 대한 무수한 정보와 사례가 공유되고 있고, 국내 의학계는 여기에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보탰다. 한의학 박사로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탄수화물 식단은 많은 경우 인체에 이
Q. 가끔 어지럼증을 느끼는데요. 멍하고 관자놀이가 당기며 눈을 감으면 몸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 어지럽습니다. 왜 그럴까요? A.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원인을 찾아야지만 치료가 되지 원인을 찾지 못하면 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들어가서 통합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시각으로 들어가는 정보가 약 80% 이상을 차지 하므로 정확하게 정보가 들어가야 하므로 녹내장등 눈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둘째는 귀의 내이에 있는 정정고리관에 염증이 있거나 이석이라고 하는
진료 후 며칠 만에 찾아와 왜 아직 증상이 사라지지 않느냐며 따지듯 물어오는 환자들이 있다. 한국에서 한의사로 살아가며 느끼는 가장 답답한 부분 중 하나다. 아마 양학을 다루는 의사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다른 나라에 비해 큰 고민 없이 약을 먹고 시술을 받고 수술을 한다. 그리고 약을 먹었으니 곧 병이 나을 거라 기대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기대는 백이면 백 허물어진다. 사고를 당하거나 오염물질에 접촉했거나 강력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거나 하는 급성질환, 즉 특수상황이 아니라면 우리 몸은 치유를
‘쿡방’과 ‘먹방’이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작년부터는 한의원에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상담하는 분 중 특정 음식을 언급하면서 ‘먹어도 괜찮냐’고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이미 방송에 ‘달고 짠 음식’으로 소개된 음식들이 대부분인데, 필자의 ‘먹지 말라’는 말로 본인의 식욕을 잠시라도 누르려고 일부러 하는 질문이다. 본인이 이미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소리다. 이런 경우에는 상담에 큰 어려움이 없다. 진짜 난관은 문제가 없어 보이는 데 문제 있는 음식들에 있다. 가령 건강에 좋은 음식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과일이
Q. 낮에는 남들보다 더위도 많이 타고 땀도 흘리는데, 밤만 몸 속부터 추워서 오들오들 떨리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처럼 뜨끈뜨끈합니다. 팔, 다리, 얼굴 전부 열이 오르며 손발은 찬데 왜 이런 증상이 있는 것인가요? A. 밤에는 춤고 낮에는 더운 증상은 자율신경실조증상의 하나입니다. 자율신경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되는 것으로 맛있는 반찬을 보면 침이 나오는 것부터 내가 잠을 자더라도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압을 조절하고 맥박을 유지하는 등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자율신경이 조절이 되지 않으면
장 질환이나 뇌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다 보니 식습관에 대한 고민과 연구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나 현대의학적 관점에서나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만성 위장장애를 완전히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필자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는 위장질환의 주범인 ‘먹거리’와 ‘스트레스’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스트레스 지수와 함께 ‘식욕’이라는 어마어마한 적수와 상대해야 하는 신세다. 그렇지 않아도 달고 짜고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스트레스성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전 진료를 준비하던 중 진료실 바깥에서 대성통곡하는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원은 대기실이 카페 분위기로 조성돼 있어 어린이들이 시작부터 우는 일은 별로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급한 환자임을 직감하고 달려나갔다. 만 4세가 될까 말까 한 남자아이가 사색이 된 얼굴로 엄마 품에 안겨 떼쓰듯 울고 있었다. 사색이 되기는 엄마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변비라고 했다. 요즘 들어 아기 변비 환자가 내원을 많이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심하게 괴로워하는 아이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급한 대로 침을 놓고 마사
올해로 스무 살이 되는 A군은 눈을 자주 깜박거리고 어깨를 들썩이는 습관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과 어깨가 움직이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틱 장애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틱 장애는 주로 아동기에 나타나서 성인이 되는 과정 중에 사라지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틱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만성 틱 장애, 뚜렛증후군(Tourette syndrome)이라고 한다. 어릴 때는 문제가 없다가 성인이 됐을 때 갑자기 틱이 나타나거나, 사라졌던 틱이 다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틱이 심한 사람들은 긴장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