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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지난 7월 15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악귀'에서는 주인공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분)가 자신에게 말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증상을 겪은 구산영은 안과를 찾았는데, 자신이 아버지 구강모와 같은 '시신경위축'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구산영은 아버지처럼 어쩔 수 없이 '악귀'를 선택해야 하는지 혼란에 빠졌다. 구강모와 구산영이 앓는 '시신경위축'은 유전적 요인이 큰 질환으로 일과성 흑암시 증상이 악화되다가 결국 시력을 잃게 되는 희귀병이다. 악귀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선택의 기로에 선 구산영이 앓는 '시신경위축'에 대해서 알아본다.

주인공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분)와 같은 유전질환으로 실명 위기에 처했다ㅣ출처: SBS금토드라마 '악귀' 캡처주인공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분)와 같은 유전질환으로 실명 위기에 처했다ㅣ출처: SBS금토드라마 '악귀' 캡처

재생 어려운 시신경이 손상된 ‘시신경위축’…심하면 실명까지
시신경은 망막에서 받아들이는 빛 정보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물을 인지하는 것은 뇌가 눈이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길이 약 50cm 정도에 달하는 시신경은 TV의 케이블과 같은 것으로 여러 갈래의 신경섬유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신경이 손상되면 뇌는 시각 정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시신경위축은 시신경유두가 퇴색되고 창백해지면서 시력 감퇴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시력 감소, 시야 결손뿐 아니라 심각할 경우 최대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시신경은 다치기 쉽고 재생 기능이 없어 한번 파괴되면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 그러나 약 120만 개에 달하는 신경섬유 중 일부만 시신경위축이 발생했을 경우 치료의 여지가 있다. 손상이 적은 부위를 집중적으로 치료한다면 남은 신경 섬유로 어느 정도 시야와 시야각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이닥 안과 상담의사 유용성 원장(누네안과병원)은 "시신경위축은 염증, 혈류순환 저하, 녹내장, 외상 등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시신경위축은 간혹 시신경 염증으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시신경 염증은 시신경에 일부 또는 전체에 염증이 생겨 신경섬유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통증과 함께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인 시력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시신경위축’, 산소 부족이 원인…유전성 질환에도 발생

시신경위축의 대표적인 원인은 △두개저골절 △뇌하수체종양 △매독 △녹내장 △다발성경화증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질병에 걸렸을 때 시신경 세포에 산소가 결핍되면 시신경에 이상이 생기고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시신경위축에는 많은 원인이 있는데, △구후신신경염 △시신경과 골절 등으로부터 초래되는 '단순성 시신경위축' △울혈유두 △유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성 시신경위축' △망막맥락변성증으로 유두가 황백색으로 변하는 '망막성 시신경위축'도 있다.

또한 유전성 질환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으로는 △레버 시신경위축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우성 시신경위축(Dominant Optic Atrophy)이 있다. 레버 시신경위축증은 대개 10~30대 초반 정도에 나타나며, 망막을 구성하는 신경절 세포와 축삭이 점진적으로 소실되어 그에 따라 특징적인 시야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시력 저하는 물론이고 색이 예전처럼 선명하지 않은 색각이상이 급성기 때 생긴다. 한 눈의 시력이 먼저 떨어지고 대개 6개월 내 다른 눈의 시력도 떨어진다. 통증 없이 시력이 떨어지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여성보다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어머니를 통한 모계유전 또는 우발적으로 발생한다. 레버 시신경위축증이 나타나는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세포의 분열과 세포의 성장 과정에 결함이 있는 사립체 유전자가 관여되어 시신경 세포 에너지 생산 과정에 문제가 생겨 세포가 파괴된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흡연, 음주, 두부외상, 유독 가스 흡입 등이 있다. 레버 시신경위축증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자주 안과에 가서 임상검사와 유전학적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타민 A, C, E가 많이 함유된 식이요법 등은 실명을 늦추는 반면 비타민 B12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우성 시신경위축은 레버 시신경위축증과 더불어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유전 시신경병증 중 하나이며, 유병률은 1 대 12,000~1 대 50,000으로 다양하게 보고된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레버 시신경위축증과 달리 우성 시신경위축은 핵 DNA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대다수 3번 염색체의 장완에 존재하는 OPA1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대개 5~10세에 우연히 안과 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양안이 대칭으로 시신경위축이 생기며,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유전자 이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병이 생기는 경우는 약 80%이다. 우성 유전을 하여 해당 환자들의 약 50%의 확률로 자식에게 같은 질환을 대물림할 수 있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평소 생활습관 개선 통해 예방 가능…가족력 있으면 전문의 찾아야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신경위축은 예방하기 어렵지만, 유전 외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시신경위축을 예방할 수 있다. 혈행 개선에 도움 되는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고, 막힌 경혈을 풀어주는 지압이나 마사지를 하면 도움 된다. 또 약시와 유전질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만 4세 이전에 시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은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실시하여 질환 예방에 힘 써야 한다.

당뇨망막병증과 백내장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당뇨병과 고혈압, 고지혈증을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또 흡연을 하면 황반변성과 녹내장 발병 위험이 커지니 금연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으로 인한 각막 손상 및 안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선글라스, 보안경 착용을 필수로 한다. 안구건조증과 염증 예방을 위해 적정 실내 온·습도를 유지하고 장시간 컴퓨터 사용은 눈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유용성 원장 (누네안과병원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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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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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성 누네안과병원(서울)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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