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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A 양은 최근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다. 처음에는 매우 잘해줬지만 만날수록 그는 A 양과 관계된 이성 친구들은 모두 정리하라 강요하거나 틈만 나면 핸드폰을 검사하려고 든다. 자신과 만나지 않을 때는 30분마다 전화해 무엇을 하는지, 누구와 있는지 확인한다. 참다못한 A양이 답답함을 토로하니 “좋아하는 데 이것도 못 해주냐!”며 더 크게 화를 내는 A양의 남자친구. 함께 있는 것이 점점 무서워지는데……”

윽박지르는 남성윽박지르는 남성

최근 들어 연예계 뉴스에서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기사가 화두입니다. ‘데이트’라는 사적이고 은밀한 온도를 지닌 단어와 ‘폭력’이라는 지독히 불편한 단어의 조합이라서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데이트 폭력이라는 개념이 자리잡힌 지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 중심의 문화가 팽배할수록 연인 관계에서의 폭력은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금만 검색해보면 구전되어 내려오고 있는 관련 속담이나 관용어구들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지요. 그러다가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늘 속에 숨어 있던 데이트 폭력이 이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생각보다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었던 내담자가 많아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과거에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한 여성은 그 당시에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공론화시키면 부모님에게 처신을 잘못했다는 실망감을 안겨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더 무섭게 변할 것 같았고요. 사소한 일들에 예민해졌었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힘들었는데, 당시엔 그것이 데이트 폭력인지 몰랐고 힘든 시간을 혼자서 삼키며 지냈다고 합니다. 혹시 당신도 자신도 모르게 데이트 폭력에 당하고 있지 않나요?

◆ 데이트 폭력이란?

데이트 폭력데이트 폭력

교제하고 있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력 또는 위협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구타 등의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폭력, 정신적 폭력, 스토킹 등의 형태 등 광범위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제의 바탕에는 기본적으로 ‘서로가 존중받을 수 있는 동등한 관계’라는 의미가 깔려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처럼 본인의 관점과 생각을 강요하여 상대방을 구속하려 하는 것, 화를 내며 위협하는 행동 역시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데이트 폭력을 하는 남자, 미리 알아볼 수 있을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에게서는 몇 가지 특징이 보입니다. 어린 시절 가정 폭력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노출된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기질적으로 충동성이 높기도 합니다. 이에 더하여 데이트 폭력을 행하는 남성은 자신과 교제하는 여성을 소유물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남성은 타인에게는 본색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관계의 선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 본색을 드러내기 때문에 미리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어 남성관, 여성관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며 부모님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에게 괴롭힘당해도 정리하지 못하겠어요”

무력감에 빠진 여성무력감에 빠진 여성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는 반복해서 폭력의 정당성에 관해서 주장합니다. “이 모든 일이 네가 한 행동 때문이야”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선심 쓰듯이 “애초에 네가 잘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 조심한다면 괜찮을 거다”라며 자비를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폭력을 행사하는 이유가 자신에게 있지 않고 피해자의 생각이나 행동 때문이라고 강요합니다.

피해 여성도 초기에 이러한 반응에 저항합니다. 하지만 만성화되면 가해자의 폭력성이 두려워서 헤어지지 못하고 교제를 이어 나갑니다. 믿고 지지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관계 내에서 극심한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는 충격을 받습니다. 혹자는 이 관계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의도적으로 인식의 전환을 하기도 합니다.

이를 본 타인들은 “헤어지면 되지 왜 참고 살아?”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숨을 잃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폭력성에 압도되어 이성이 마비되고 무력감에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 데이트 폭력의 또 다른 형태. ‘리벤지 포르노’
모 연예인의 데이트 폭력이 이슈화되면서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는 복수를 목적으로 헤어진 옛 애인과의 성관계 비디오나 나체 사진을 유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아무리 상대방과 합의로 사진과 영상물을 촬영했다고 해도 그 목적이 협박이나 유포에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데이트 폭력이기도 하거니와 명백한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데이트라는 것은 개인사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은밀한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어떠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더라도 서로 간의 합의가 있었거나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을 거고 추측하고 넘어갑니다.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는 이를 알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합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말을 무시하고 폭력을 당한 순간부터 이것을 용납할 수 없는 ‘데이트 폭력’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객관적으로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 상대방과의 ‘안전 이별’은 어떻게?
데이트 폭력을 행한 사람은 이별할 때에도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공포에 떨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되도록 둘만 있는 장소보다는 다수가 있는 장소에서 이별 통보를 하며 관계를 매듭짓는 것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별에 대한 확고한 의사를 표현하세요. 만약 이별을 이유로 위협적인 행동을 할 것 같으면 경찰에 신고하는 등 상대방이 이별 의사를 알아차릴 적극적인 조처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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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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