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흡연자들에게 가장 관심사는 담뱃값 인상에 대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값에 2000원씩 인상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흡연자들은 담배 사재기에 나서고, 정부는 담배 사재기와 관련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국의 성인남성 흡연율은 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지만, 담배 가격은 OECD 평균인 6500원(6.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하고, 담뱃값 인상 등을 통해 성인남성의 흡연율을 현 44%대에서 2020년 29%까지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저도 10년 전까지는 흡연자였습니다.
그러기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담뱃값이 얼마나 민감한 요소인지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이번이 정말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담뱃값이 인상되는 외부 압력에 힘입어 건강과 피부에 해가 되는 담배를 한번 끊어보심은 어떨까요?

제가 담배를 끊게 된 사연을 한 번 말씀 드려볼까 합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던 걸로 기업합니다. 장인어른께서 담배금연 패치를 한 보따리 안겨주시며 담배를 끊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셨습니다. 저희 장인어른께서도 하루에 2갑 이상을 태우시던 골초셨지만 여러 가지 건강상의 이유와 위협을 느끼시면서 금연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셨다고 하셨습니다. 사실 장인 어른 앞에서 받아 든 금연패치라 이걸 받고도 담배를 끊지 못한다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굳은 의지와 함께 금연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담뱃값 인상 뉴스를 보면서도 금연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드는 때는 아무래도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대할 때 입니다.

40대 이상 흡연을 하는 분들의 얼굴 피부상태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환자분의 나이와 얼굴과 비교를 하다 보면 ‘담배가 정말 피부에 나쁘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우리 피부는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색이 안 좋으면 건강이 어디 안 좋나 염려를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흡연이 어떻게 피부에 악영향을 주게 되는 걸까요? 흡연은 피부 각질층의 수분 함량을 떨어뜨려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감소시켜 피부를 위축시킵니다. 흡연은 특히 여성 피부의 노화를 촉진시키게 됩니다. 여성 피부의 주름과 흰머리는 하루 한 갑 이상의 담배를 피운 횟수에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흡연은 직접적인 자외선노출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은 피부 손상을 가져다 주게 됩니다. 자외선 노출에 의한 피부손상은 주로 상부진피층에 국한되어서 피부 변성을 가져 오지만 흡연에 의한 피부 손상은 하부 진피층까지 광범위한 탄력섬유의 변성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탄력 섬유의 파괴로 인해 노랗고 불균형하게 두꺼운 피부층을 만들게 됩니다.
흡연은 체내에 원활하지 못한 혈류와 혈액의 산소 공급 억제, 신체 면역 체계 손상 등 연쇄적인 손상을 초래하여 결국 피부 위로까지 드러나 거칠고 생기 없어 보이는 피부를 만듭니다. 또한 담배를 피우는 동작과 흡연 자체로 인해 입술과 입술 주변에 심각하고 깊은 주름을 만들기도 합니다.

담배는 때이른 주름을 만들고 얼굴을 노숙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젊을 때는 그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흡연자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의 얼굴에 나이차가 커짐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흡연으로 인해 생기는 체내의 심각한 문제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런 질병들은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흡연으로 인해서 생기는 피부의 변화는 늘 드러나 보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남성분들의 피부 건강과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예전 보다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금연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아무리 값비싼 시술이나 약물로 피부를 개선시키려 노력해도 이것은 그리 효과가 크지도 않고 오래 지속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흡연이 피부에 좋지 않은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쩌면 젊은 분들에게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피부가 흡연 때문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면, 몸 속은 어떨까요? 2000원의 담뱃값 인상은 정말 피부로 와 닿는 충격이지 않나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금연을 결심하게 만들지 않나요?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제가 금연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듯이, 제 경험을 담은 이 칼럼과 담뱃값 인상이라는 요소가 여러분의 금연 결심에 도화선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금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글 = 연세고운몸의원 장수익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