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물러나고 기온이 오르면 모기가 활동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일본뇌염을 비롯하여 뎅기열, 말라리아 등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을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예방 홍보 캘린더에는 주의해야 할 해외유입 감염병에 뎅기열과 함께 ‘치쿤구니야열(Chikungunya)’이 포함됐다. 치쿤구니야열은 뎅기열과 비슷한 임상 증상을 보이면서 증상이 뎅기열보다 오래 지속돼 길게는 수년 동안 후유증이 계속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치쿤구니야열의 후유증은 수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몸이 뒤틀리는 질병’, 110개국에서 발병해
치쿤구니야열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 질환으로,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보유한 동물을 물어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전파된다. 이를 매개하는 모기는 ‘이집트숲모기’, ‘흰줄숲모기’ 등의 숲모기류이다. 사람 간 전파는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드물게 수혈, 장기이식, 주사침의 재사용 및 자상 등 혈액을 통해 감염이 될 수 있다.
열대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치쿤구니야열은 △아프리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가장 많이 보고되며 2013년 이후에는 카리브 해를 중심으로 중남미 지역에서도 급속한 확산세를 보였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프랑스 등 전 세계 110개 이상의 국가에서 치쿤구니야열의 감염이 확인됐다.
‘치쿤구니야’라는 단어는 마콘데 족의 키마콘데어에서 유래된 말로, ‘뒤틀리다(To become contorted)’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는 치쿤구니야열 환자가 증상이 매우 고통스러워 몸이 뒤틀린 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평균 3~7일, 최대 12일가량의 잠복기를 거치게 되며, 이후 감염자의 97% 정도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증상은 ‘뎅기열’과 매우 비슷한데, 대표적으로 △40도에 가까운 고열 △극심한 관절통 △피로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두통 △근육통 △팔, 다리, 목 주변에 땀띠처럼 보이는 발진 △구토 △관절 부종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이로 인한 뇌수막염, 길랭-바레 증후군, 심근염, 간염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쿤구니야열은 대부분의 감염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지만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사망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작은 관절까지 통증이 나타나고, 만성 관절 통증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특히 고령 환자는 관절통이나 관절의 부종이 수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최고의 예방법 ‘모기 피하기’, 의심되면 진료 필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늘면서 해외에서 유입된 모기매개 감염병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모기매개 감염병 발생 건수는 223건으로, 2020년에 비해 4.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청은 여행객의 꾸준한 증가와 기후의 아열대화로 인해 올해는 더 많은 환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치쿤구니야열을 비롯해 모기매개 질환을 예방하려면 동남아 등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밝은 색상의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하고 눈이나 입, 상처 부위 등을 제외한 신체에 모기 기피제를 뿌려야 한다. 실내에 있을 때에는 방충망과 모기장, 모기향 등을 꼭 사용해야 한다. 이때 기피제는 3~4시간마다 피부에 직접 뿌리는 것이 좋으며 모기향은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한 후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
만약 해외에서 귀국한 후 발열, 발진, 두통 등 의심 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에 해외여행 사실을 알리고 진료받아야 한다. 치쿤구니야열이 확진되어도 격리할 필요는 없지만 혈액과 체액이 타인과 섞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치쿤구니야열은 완치 후에도 6개월간 헌혈이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