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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하이닥 의학기자 차치환 교수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차치환 교수ㅣ출처: 하이닥


유방암 수술이라고 하면 크게 두 부분으로 이뤄지는데, 유방에 대한 수술과 겨드랑이 수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수술 흉터가 두 군데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유방의 수술은 유방암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니까 이해가 되는데요. 겨드랑이 수술은 왜 꼭 해야 할까요?

유방암은 림프절을 통해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데 그중 대부분이 겨드랑이에 위치한 림프절을 통합니다. 그래서 수술 시에 겨드랑이에 위치한 감시 림프절을 일부 떼어내서 전이 여부를 확인합니다. 수술적인 조직검사로 전이 여부를 확실히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수술 전에 초음파와 유방 MRI까지 찍어보는데도 겨드랑이 림프절의 전이 여부를 미리 알 수가 없나요? 그렇습니다. 100%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수술 전 영상 검사의 림프절 전이를 예측하는 민감도는 80%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상 검사에서 겨드랑이 전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수술 시에 감시 림프절 생검술을 해서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만일 진단 당시 영상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확인된다면, 대개 선행항암치료를 해서 전이암을 미리 치료하고 나서 수술을 합니다.

특히 HER2나 삼중음성유방암에서는 선행치료가 선호됩니다. 선행항암치료를 하고 나서도 림프절에 암의 전이가 남아있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림프절 곽청술을 해야 합니다. 곽청술이란 겨드랑이 림프절의 구역을 ‘청소한다’라는 의미입니다. 대개 감시 림프절 생검술은 3~4개 정도의 림프절을 제거하여 확인하는데요. 곽청술은 10개 이상의 림프절을 완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 범위가 더 넓습니다. 림프부종이나 신경 손상 등의 합병증 발생률도 높아집니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겨드랑이 림프절 곽청술은 흔하게 시행되었습니다. 진단 당시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에는 물론이고, 선행항암치료를 하고 나서 전이암이 없어진 경우에도 상당수에서는 곽청술을 같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항암 치료제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보조 방사선 치료가 차지하는 역할이 점차 커지게 되면서, 곽청술을 생략해도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림프절 곽청술이 치료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감소하였고, 심지어 감시 림프절 생검술에서 1~2개의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더라도, 수술 후 방사선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 환자에서는 더 이상 곽청술을 추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유방암 수술 전반에 걸쳐 도드라지는데요. 어떻게 하면 수술 범위를 줄이고, 광범위한 수술에 따른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입니다. 따라서 겨드랑이 수술도 과거에는 곽청술을 반드시 해야 했던 환자들을 감시 림프절 생검술로 대체하고, 심지어 아주 일부 환자에서는 감시 림프절 생검술조차 생략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겨드랑이 수술 자체가 없어지는 경향입니다. 과거에는 영상진단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에 유방암이 만져져 진단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피부에 가까운 암이고 육안으로 보이다 보니, 아예 유방을 깨끗이 제거하면 병이 완치되리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방 수술 범위가 굉장히 넓었고 겨드랑이 수술 시에도 림프절 곽청술이 많이 시행되었지요. 그러나 유방암이 수술로는 전부 완치되지 않는 전신 질환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게 되고, 이에 맞물려 다양한 전신 치료 약제들이 눈부시게 발전되면서 현재는 유방암의 상당수는 수술 자체 보다 수술 후 보조치료, 그러니까 방사선 치료와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겨드랑이 수술의 범위에 있어서도 매우 빠르게 치료 트렌드가 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비엔나에서 열린 생갈렌 유방암 컨센수스 컨퍼런스(St. Gallen's Breast Cancer Consensus Conference)에서 발표된 바에 의하면,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고 헐투 음성인 조기 내강형 유방암 환자들 중 암의 크기가 작고 초음파에서 겨드랑이 전이 소견이 보이지 않는 환자에서는 겨드랑이 수술을 아예 생략해도 안전하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아직 추적 기간이 충분하지 않고, 주로 서양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헐투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비율이 다소 낮습니다. 따라서, 장기 추적 결과는 반드시 지켜봐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과의사들은 겨드랑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한양대병원에서 한국유방암학회 등록사업데이터를 이용하여 발표한 임상연구에서도 70세 이상의 노인환자 중에 예후가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 일부 환자에서는 겨드랑이 수술을 아예 생략해도 안전하다는 결과를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특히 노인 환자에서는 유방암 자체로 인한 사망 보다 다른 원인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즉,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을 생략해도 재발과 생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굳이 불필요한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이는 미국 종양외과학회(SSO)의 즉, 현명한 선택이라는 캠페인과 궤를 같이 합니다 과거에는 겨드랑이 수술이 치료 목적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에 전이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곽청술을 통해서 상당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곽청술을 시행한 환자에서 많게는 30%에서 팔에 림프부종이 발생하고 이는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환자에서는 감시 림프절에서 1개 혹은 2개까지 전이가 나오더라도, 겨드랑이 곽청술을 하지 않고 이를 방사선 치료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2012년에 발표된 결과에 의한 것인데요. 이후로 겨드랑이 곽청술의 시행 빈도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어서 2016년에는 심지어 수술 전 선행항암치료를 한 환자에서도 수술 시에 3개 이상의 감시 림프절에 암전이가 없다면, 곽청술을 생략해도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합니다. 더 이상 과거처럼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광범위한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서는 일부 수술을 생략하거나 수술 범위를 축소하는 추세로 유방암 수술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수술 흉터가 하나로 줄고, 수술에 따른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면, 그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의료의 비약적인 발전입니다.


 유방암 수술의 발전은 수술 흉터를 줄이고, 수술 합병증 감소를 가져왔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유방암 수술의 발전은 수술 흉터를 줄이고, 수술 합병증 감소를 가져왔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유방 수술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유방 수술은 크게 부분절제술과 전절제술로 나뉘게 되는데요. 암의 크기와 주변의 의심스러운 병변의 범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환자마다 가슴의 크기가 다른데요. 같은 크기의 유방암이라고 하더라도 가슴이 작은 환자에서는 유방 보존술의 미용적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절제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의심스러운 미세석회가 광범위하게 깔려 있거나, MRI 상 의심스러운 음영이 넓게 관찰되는 경우, 피부 주변에 암이 번진 염증성 유방암 등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전절제를 해야 합니다.

전절제의 방법은 성형복원술을 하냐 안 하냐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복원술을 하는 경우에는 최근엔 유두보존 유방절제술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유두에 매우 가까이 암이 위치해 있는 경우는 유두를 보존하기 어렵게 되고, 이때는 피부보존 유방절제술을 선택합니다. 만일 복원술을 안 하기로 한 경우에는 피부와 유두를 포함하여 유방조직을 전부 제거하는 전통적 전절제를 하게 됩니다.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로봇내시경 유두보존 전절제술의 경우에는, 5cm 정도의 아주 작은 겨드랑이 절개선 하나로 유방을 모두 제거하는 술식입니다. 미용적인 장점이 매우 뛰어나 예방적 유방절제나 상피내암을 포함한 조기 유방암에서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장기적인 추적 생존결과가 부족하여 2기 이상의 특히 선행항암치료를 시행한 고위험군의 환자들에서는 선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방 수술 시에 유방암에 비해 가슴이 작은 분들에서는 생체 적합한 보형물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미용적 효과를 보장하고 전절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ADM이라고 부르는 생체에 적합한 시트나 메쉬 모양의 보형물을 넣으면, 큰 부작용 없이 미용적으로 뛰어난 보존술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종양 성형수술의 일부 기법을 가미하면 넓은 면적의 유방을 떼어내더라도 성공적으로 유방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주변 유방조직을 부분적으로 박리하여 볼륨을 채워주는 방법도 있고, 유방 말고 복부나 흉부 조직 중 일부를 떼어서 빈 공간을 채워주는 테크닉도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가급적이면 유륜 주변으로 절개선을 넣어 흉터를 최소화하고자 하는데, 유륜의 피부는 착색이 되어 있기 때문에 수술 후 1년만 지나도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흉터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최신 제품들을 같이 사용하면 유방암 수술 흉터로 걱정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미용 효과를 추구하는 이유는, 여성성의 중요함 때문입니다. 많은 환자가 유방암 수술 후 여성성 상실에 따른 우울감에 빠지곤 합니다. 이는 치료 여정의 장기적인 레이스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환자의 삶의 질 문제는 결국 치료의 순응도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유방암의 기나긴 치료 여정에서 수술이 차지하는 첫걸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 역시 최대한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차치환 교수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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