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흡혈파리라고 부르는 모래파리(Sand fly)에 물려 감염되는 '리슈만편모충증' 감염자가 국내에서 2년 만에 발생했다. 리슈만편모충증은 감염병예방법상 인플루엔자(계절독감)와 같은 4급 법정감염병인 해외유입기생충증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모래파리에 물리면 감염되는 '리슈만편모충증'
리슈만편모충증은 파리목의 흡혈곤충인 모래파리가 사람의 피를 빨 때 리슈만편모충증이라는 기생충을 옮기면서 감염된다. 감염 부위에 따라 피부, 피부점막,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으로 분류한다. 리슈만편모충증 발생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0만~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매년 60만~100만 명의 환자가,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은 매년 5만~9만 명의 환자가 각각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8년 처음 보고된 이후 지금까지 29건의 해외유입 사례가 있었다. 모래파리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등에 서식하고 있어 위험지역을 여행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주요 위험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알제리, 브라질, 콜롬비아,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페루, 시리아 등이다.
모래파리 흡혈 시 감염, 피부 감염은 위험성 낮지만 내장 감염은 사망률 7%
질병청은 지난달 피부병변 등 리슈만편모충증 의심증상이 있는 A씨의 피부조직검체에 대해 상급종합병원인 고려대 안암병원의 검사 의뢰를 받고 실시한 결과 리슈만편모충 특이유전자를 검출하고 양성 판정 결과를 내렸다. A씨는 증상 발현 이전 멕시코와 갈라파고스제도 등 중남미 지역을 여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국내에서 확인된 환자는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으로 진단됐는데, 내장 리슈만편모충증의 치명률이 7%인 것과 달리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은 치명적이지 않다.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에 걸리면 팔다리, 안면 등 피부 노출부에 구진(작은 발진), 수포, 결절, 궤양 증상이 나타나고 감염 부위에 광범위한 흉터가 생기는 등 장기간 피부 이상을 초래할 수 있어 감염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리슈만편모충증의 잠복기는 1주에서 수개월이며 사람 간 전파는 없다.
리슈만편모충증|출처: 질병관리청
긴 옷 입고 기피제 바르는 등 모래파리에 물리지 않는 게 최선
감염 예방을 위한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내장형과 점막피부형의 경우 자연치유 되지 않기 때문에 꼭 치료해야 한다. 리슈만편모충증의 치료는 환자의 면역활성 상태와 기생충의 종류에 따라 치료반응이 달라진다. 그중 피부 리슈만편모충증은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는 안티몬산 메글루민(Meglumine antimoniate)이라고 불리는 의약품을 감염 정도에 따라 20~28일간 매일 또는 4~6주 동안 일주일에 두 번 병변에 직접 주입하거나 근육에 주사한다. 그러나 어린이, 임신부, 수유모, 면역기능저하 환자에서 리슈만편모충증이 발생하면 통상적인 요법으로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매개체인 모래파리가 서식하는 지역을 방문할 때는 모래파리 활동시간대인 야간에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긴 옷을 입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노출되는 피부에는 기피제를 바르면 리슈만편모충증 예방에 도움 된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리슈만편모충증을 비롯한 다양한 해외유입 감염병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여행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리슈만편모충증과 같은 해외유입기생충감염증은 국내 토착 유행하는 기생충감염증과 달리 해외 유행지에서 방문자가 감염되어 국내 유입되어 발생한다. 리슈만편모충증 외에 △바네스열원충증 △아프리카수면병 △주혈흡충증 △샤그스병 △광동주혈선충증 △악구충증 △사상충증 △포충증 △톡소포자충증 △메나나충증 등 총 11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