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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조현병’은 최근 몇 년 새 뉴스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 정신건강질환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안인득 사건은 꾸준한 치료 없이 방치한 조현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분야 전문가들은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숨기기에 급급하거나 환자를 병원이 아닌 기도원에 보내기도 하고,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로 약물치료를 거부하는 등 병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사 최성환 전문의(인천우리병원)와 함께 조현병의 증상과 치료 등에 대해 알아봅니다.

진료환자에게 피살당한 故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유가족은 가족을 잃은 큰 슬픔 속에서도 원망을 쏟아놓는 대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당부가 무색하게 또 조현병 환자가 살인을 저지르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고, 조현병에 대한 공포심만 깊어진 것 같습니다.

>> 사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그동안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정신과’라는 과명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꾸고, ‘정신분열증(精神分裂症)’이라는 병명도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를 담아 순화한 ‘조현병(調絃病)’으로 개명했습니다.

이렇듯 환자들의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고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에도 조현병이라는 병명이 좋지 않은 소식들에 등장함으로써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또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사건·사고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이나 제도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전방위적인 대응이 좀 더 빨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응급개입팀을 신설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보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요, 진료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담기길 바랍니다.

정말 더 늦지 않도록 조속한 제도개선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정부와 사회의 방관 속에 등장한 이번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범인이 ‘편집성 조현병’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병은 어떤 병인가요?

화를 내는 남성

>> 정신분열증에는 편집성(偏執性), 파과형(破瓜型), 긴장형(緊張型) 등 세부 분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는 요즘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이 편집성인데, 편집이라는 것의 의미 자체가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비방하며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 즉 ‘믿지 못하는’ 병이지요. 그러기에 병원치료도 의사의 처방도 믿지 않습니다. 암에 걸린 사람이라면 누가 권하지 않아도 치료에 좋다는 것은 뭐든지 먼저 찾아 해보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반대로 편집성 조현병 환자는 치료도 약물도 모두 거부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더욱 증상이 악화되어 모든 치료를 거부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조현병의 조기발견을 위해 주목해야 할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고개를 숙인 여성

>> 사고나 병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분들이 종종 조현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는 하지만 조현병은 그 발병 연령이 주로 ‘청소년에서 청년 시기’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질 못하고 상대의 말과 의도 등을 의심하기에 대인관계를 회피하고 자신만의 상상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데, 이는 환청(幻聽)과 망상(妄想)에 의해 조정 당하는 것입니다. 마치 진짜가 아닌 가짜 뉴스만을 믿는 사람과 같은 것이지요.

환청과 망상 그리고 이에 따른 거친 행동을 양성(陽性)증상이라 하고 사회생활로부터의 회피 등을 음성(陰聲) 증상이라고 합니다. 자폐증 혹은 사회불안장애 등에서도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조현병 진단을 받으면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약물치료가 환청과 망상을 차단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환자는 자신의 본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주치의가 환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도록 설득하는 것이 바로 이 시기인데, 환자가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치료받을 의지가 생기면 이것을 병식(病識)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병식이 생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병식이 생기지 않은 사람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현병을 완치할 수 있나요?

손을 맞잡은 환자와 의료진

>> 그 어떤 병도 완치라는 것은 없지요.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최대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거나 더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조현병은 계속 악화되는 것, 더 진행되지 않는 것, 개선되는 것의 통상 3가지로 전개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질환보다 치료가 어려운 점은 조현병의 증상기에 환자 스스로가 입원 치료를 선택할 정도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면 조현병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병이 없는데 왜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매일 약을 먹는다는 것은 마치 자신이 무슨 죄가 있어서 매일 벌을 받는 듯한 마음으로 가족과 의사와 눈치를 보면서 먹는 것이지 스스로 먹게 하기는 정말 힘이 듭니다. 게다가 재발이 잦을수록 증상은 더 악화되고 사회부적응이 심해져 사회 복귀가 점점 더 어려워지므로, 첫 발생이나 한두 번의 재발 시에 충분 기간 약물을 조정하여 투여하고 안정시킬 시간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또한 아무 약이나 듣는 것이 아니고, 개인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잘 듣는 약이 있으므로, 이러한 약을 찾아 조절하는 데만도 8주는 족히 지나가게 됩니다. 알맞은 약과 부작용이 적은 약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환자와 보호자들은 치료에 불신감을 갖게 되고 그나마 의학적 치료조차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문외한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환자의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는 과오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결핵환자의 약물치료와 비슷합니다. 결핵환자가 항결핵제를 2개월 정도 사용하면 모든 자각증세가 사라져 마치 완치된 걸로 생각하고 약물치료를 중단해버립니다. 완전히 사멸하지 않은 결핵균이 존재한다는 것은 망각한 체로 말이죠. 의료진의 확인 없이 약물치료를 중단해버리면 결핵 재발이 잦고 약물치료효과가 떨어지는 약제내성만 높아질 뿐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 우를 범합니다.

조현병 치료제를 먹으면 바보가 된다는 식의 오해가 많은데, 조현병 치료제의 원리와 약물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앞서 말했듯이 아무 약이나 잘 듣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급한 마음에 약 조절을 무리하게 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겪는 환자들은 약에 대한 불신감을 지우지 못하게 되지요. 결국 치료를 회피하다가 병만 깊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환자를 병 자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각각의 개인 특성을 존중하여 환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약물치료의 원리는 뇌 속의 도파민(dopamine) 경로(pathway)의 문제를 조절하는 것인데 도파민은 생각뿐만 아니라 몸의 움직임에도 관여합니다. 약을 잘못 쓰면 안절부절못하거나 몸을 떨게 되고 얼굴과 팔다리의 움직임을 조절하지 못하게 됩니다. 초기 약물 사용 시의 가장 큰 부작용은 추체외로 증후군(EPS: extra pyramidal syndrome)이라 하여 온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입니다.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 과도한 운동신경 억제로 인해 바보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도 자신에게 잘 맞는 치료제를 찾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모든 약물에는 약물 부작용이 내제되어 있으며, 조현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약물 부작용을 예방하는 최선의 예방법은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의료진과 긴밀한 협조하에 약물치료 중 나타나는 부작용을 바로바로 공유함으로써 개선해나갈 수 있습니다.

조현병의 원인은 현재까지 어떻게 밝혀져 있는지, 유전되는지 궁금합니다. 예방법도 따로 있을까요?

>> 조현병의 원인은 도파민 경로의 문제가 가장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의 이상 때문이라는 연구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유전성도 의심할 수 있다고 봐야지요. 발전된 치료 방법은 반드시 발견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실망하지 말고 악화를 억제하는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현병의 예방법은 없는데, 흔히 드는 예로는 “왜 남들은 다 이겨내는 스트레스를 너는 못 이겨내고 무너지느냐?”입니다. 그런데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력 상 조현병이 있는 사람에게 소량의 치료제를 예방적으로 투여하여 효과를 거두었다는 연구도 많습니다. 물론 이득보다는 해가 많다는 반대주장도 만만치 않지요.

만약 주변에 정신건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신건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도움을 청해오는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요. 문제는 “자신은 정상이고 멀쩡한데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다”고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개인이나 가족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친척과 이웃 더 나아가 전문가들과 사회의 지원시스템 그리고 국가의 현명한 정책에 의존해야 합니다. 정신병은 스스로 만든 병이라기보다는 발병의 책임이 사회에 있습니다.

제가 쉽게 권해드릴 수 있는 곳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시, 군, 구 곳곳에 ‘정신건강센터’가 있으며 그곳에서는 우수한 인력들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지켜주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고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먼저 이분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간곡히 권하고 싶습니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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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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