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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엄마가 나 서울의대 못 가면 책임 질 거야?” “김주영 쌤 과거엔 하나도 관심이 없다니까. 난 그냥 서울의대 가서 성공한 인생 살고 싶을 뿐이야.”

연일 화제가 되는 JTBC 드라마, SKY 캐슬 속 전교 1등 예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공부’만으로 가득하다. 예서의 대사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이 드라마 속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엄기호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의 대담을 엮은 책 공부 중독에서는 성적에 의해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가 매겨지는 시대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공부하는 여자공부하는 여자

공부의 정의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배워서 알아간 뒤에는 익혀서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삶의 기술과도 연결되는데, 획일화된 학습 방법으로 인해 삶도 ‘매뉴얼화’ 시키고 있다. 하지현 교수는 책에서 “공부 중독은 강박 장애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맥락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고자 모든 상황을 통제하기 원하는 강박 증상처럼 공부 역시 의외성과 낯섦을 지나치게 위험시하다 보니 삶을 최적화할 수 있는 틀에 짜인 매뉴얼을 더욱 강력하게 원하게 되는 것이다.

공부에 중독된 학생들은 사회인이 되어서도 ‘배우는 것’에 대해 갈망한다. 늘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공부했는데 사회에 나가서 서툰 자신을 보면 능력이 부족하거나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커진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기계발이나 학원 열풍이 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해야 하는 것도 매뉴얼이 등장하면서 공부 산업은 더욱 거대해지고 있다.

노인이 공부하는 모습노인이 공부하는 모습

공부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면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소외감과 허전함을 잊기 위해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작동시켜 더욱 공부에 몰입하게 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발표한 노인기 대학 공부 중독 현상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는 ‘노년기의 불안하고 허전한 마음을 사회적 관계 혹은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성찰하고 소통하기보다, 공부 중독을 통해 외면하면서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엄밀히 말하면 공부 중독이 아니라 ‘나는 공부에 중독되었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이다.

공부는 많이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현 박사는 “단순히 외우는 정보는 휘발성이 강해 금세 없어져 버린다”고 말한다. 공부를 위한 공부, 생존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공부에만 집중하는 무의미한 경쟁에 빠져있다 보면 진짜 ‘내 것’을 만들어낼 여유는 사라진다. 공부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공부 디톡스’를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부 디톡스의 첫 시작은 ‘공부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것에 중독되기는 쉽지만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아무리 효과적이고 과격한 처방이 나온다고 해도 중독된 사람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공부에 대한 집착이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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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새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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