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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여성은 연약해서 맞는 것일까? 만만해서 맞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여자이니까 맞는 것일까?

“말린 명태인 북어와 여자는 사흘에 한 번씩 패야 부드러워진다”는 옛말이 있다. 말라 죽은 명태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이 맞으면 골병이 들고 마음이 병들며 분노가 생기지 어찌 부드러워질까?

정신과 의사라면 다들 아는 논리가 하나 있다. 집안에서 엄마가 아빠에게 맞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폭력’도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잘못 배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결국, 가정에서의 폭력은 대물림될 확률이 높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

폭력이 습관이 된 여성들의 심리

폭력적 상황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반응은,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하여 투쟁할 것인가 도주할 것인가의 본능적 반응(fight-or-flight reaction)’을 따르게 되는데, 우리말로는 ‘투쟁-도주 반응’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의 심리는 대항도, 도주도 아니고 거의 ‘포기’에 가깝다. 왜냐하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기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기 상태가 지속하게 되면, 희망을 포기하게 되고, 속수무책의 무기력함은 학습, 즉 습관화(Learned Helplessness)되어 버리며 이는 극심한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지속해서 가하는 대상과의 분리 및 격리가 필요한데, 쉬운 일은 아니다. 샌드백처럼 화풀이 대상이 필요하기도 하고 집안일이 외부에 노출되기를 꺼리는 가해자는 더 큰 협박과 폭력을 이용하여 가정 내의 폭력을 숨기려 들기 때문이다. 보복이 두려우니, 간단한 치료나 상담을 요청하는 데도 큰 곤란함을 겪게 된다.

결국 피해자 본인은 도움을 거의 호소하지 못한다. 낌새를 알아낸 주변의 지인이나 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절실하지만, 이들 역시 보복이 두렵기도 하고 괜히 불똥이 자신에게 튈 까봐 걱정된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들 애써 모른척하고 지나치지만, 한 사람은 강도에게 두들겨 맞고 쓰러진 사람을 치료해주고 돌봐준다. 맞고 사는 사람에게 ‘무조건 대항하거나 도망치라’는 조언은 상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문명화된 국가에서는 이런 이들을 돕기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문제는 의롭고 지혜로운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러한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끝까지 도와주려는 사람을 의외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가정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부터 가져야

서로의 두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서로의 두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들은 가부장적이고 여성 학대를 심하게 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보일지는 몰라도,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실제 가르침은 그렇지 않다. 말을 안 듣는 자녀들이 있더라도, 화를 내거나 다그치지 않고 노아와 아브라함은 아랍어인 “야부네야(Ya Abnay)”라고 불렀다고 한다. 영어로 “Oh, My Child”, 우리말로는 “오, 내 자녀야”라는 뜻이다. 화가 나더라도 자녀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보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기독교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 ‘이사야’는 코란에도 등장하는데, 명문가의 고위층 인사이며 존경받는 권위자임에도 불구하고, 밤샘 기도를 할 때는 반드시 아내의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가 거절할 것도 아니었고,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할 직위의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했다. 이것은 아내가 두려워서도 아니며, 하나님보다 아내가 중요해서도 아니고, 가정(家庭) 내(內)에서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존경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문명(文明)적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문명화의 지표는 상호존중과 질서 그리고 이성(理性)적 행동이다. 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문명화되지 못했거나 혹은 문명화가 거꾸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로, 가정 내의 폭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그 사회가 문명화되지 못했거나 문명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정신적 질환이 만연해 있음을 방증한다. 소위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우리나라의 속 모습이 어떠한지, 우리 자신을 거울삼아 한 번쯤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글 = 하이닥 상담의사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인천우리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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