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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 육아

“거울 속에 비친 내 몸을 볼 때마다 끔찍했어요.”

이 문장을 읽고서 어떤 생각이 여러분들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가? ‘큰 사고를 당해서 몸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남은 걸까?’, ‘원래 외모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던 걸까?’ 이는 다름 아닌 임신 8개월째에 접어드는 한 임산부가 한 이야기이다. 이제 이것이 산모가 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러분들의 마음은 어떤가? 임신해서 힘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자신을 망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다니 너무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과연 이 산모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임신부

임신(산전) 우울증이란?

산후 우울증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보았겠지만 임신(산전) 우울증은 생소할 수도 있다. 아마도 초저출산 사회에 위기를 느낀 정부가 아이 낳고 키우기 부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산후 우울증에 무게를 두고 관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신 우울증은 14~23% 정도가 겪을 정도로 많은 임산부들이 경험하고 있다. 임신 중에 지속적인 슬픈 감정, 흥미와 재미의 감소, 무의욕, 불안감, 죄책감, 짜증, 식욕과 수면욕의 변화 등이 동반된다.

임산부가 우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신 기간은 축복이라는 문화적인 기대가 있다.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현실에서 육체적이고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은 오롯이 산모가 개인적으로 견뎌내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임신 기간 동안 문화적 기대와 개인적 경험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병원 또는 보건소 등으로 방문하는 빈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대부분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우울증을 키우게 된다.

임신 우울증이 찾아오는 원인은?

1. 처음으로 경력단절을 맞이하는 시기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2.7%였으며 직업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90.2%였다. 사회 진출에 대한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생활을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면 덜컥 걱정이 앞선다. 에너지를 내뿜으며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시기에 출산을 위해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해야 한다. 이제껏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의 갈림길에서 가치관의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2. 신체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어나는 첫 경험

대중 매체가 물건이나 이미지 등의 콘텐츠를 팔기 시작하면서 마른 여성이 이상적이라는 문화가 조성되었다. TV 광고 속 마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기 관리를 잘하고 멋지고 세련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여성이 임신하면 수개월 만에 체지방 및 체중이 증가하고 살이 트고 배가 나오며 가슴의 모양이 변화되는 경험을 한다.

대부분의 산모가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신체 변화가 속상하고 낯설기만 할 때도 있다. 연예인들이 공개한 만삭 촬영 화보에는 깡마른 몸에 배만 볼록 나온 채로 행복한 미소를 띠며 서 있다. 그리고는 출산 후 몇 주 만에 출산 전 체중으로 돌아왔다는 모습이 기사화된다. 임산부는 거울 앞에 선 채로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버겁기도 하다.

이 외에도 과거 우울증의 병력, 유산의 경험, 불안정한 대인관계, 지지적이지 못한 가족 체계,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것들 또한 임신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산모가 우울하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임신 우울증이 지속할 경우 임신 도중과 분만 시의 합병증이 다른 산모들에 비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조산의 위험성이 높고 저체중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과 담배에 의존할 가능성도 커지고 이는 곧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자기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엄마가 될 준비가 소홀해지고 스스로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고 느껴 출산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예비 아빠도 우울증에 걸린다?

육체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예비 아빠들도 우울감을 호소할 수 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부담으로 다가오고 아내의 관심이 자신에게서 아이로 전가되는 것이 못내 서운할 때가 있다. 혹자는 배우자와의 성생활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각자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로만 바라보지 말고 서로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가벼운 우울감이라면 매일 많이 걷고 하루 30분 이상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울감 호전에는 오메가3 지방산도 권장되는데 임산부는 특별히 수은이 함유되지 않은(mercury free) 제품을 찾아보자. 매일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지인들을 만나서 감정 표현을 자주 하자. 공감 받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모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찾아보면 임산부를 위한 육아교실도 매해 활발히 개최되고 있으니 직접 찾아가서 임산부들과의 유대감을 느껴 보자.

우울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경우에는 언제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가자. 상담을 통해 진단과 더불어 생각과 행동 바꾸기인 인지행동 치료를 받거나 광 치료(light therapy)를 시행한다. 전문의의 판단하에 우울증이 산모와 태아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라면 가족들과의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얻어서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임신 기간은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아야 마땅한 시기이다. 하지만 그러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강박적으로 산모는 우울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와 태아를 방치하지는 말자. 이제는 임신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산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글 =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김윤석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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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 사진

김윤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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