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72세 남성 분이 손저림증으로 검사를 오셨습니다. 마침 외래를 보던 중이라 할아버지께 가서 잠시 기다리시라고 말하려 갔는데 이미 단잠에 빠져 계시더라고요.
“드르렁.. 커.. 드르렁 커”
다른 환자 진료를 마친 후 다시 들어가니 바로 깨어나십니다.
“할아버지 일을 많이 하시나 봐요?“
“네. 일을 많이 하죠”
늘 농사를 하느라 바쁜데 무릎수술을 받은 후로 일이 밀려 더 요즘 들어 무리 하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제도 서울에 있는 병원에 오셨다가 소들 때문에 다시 내려가 1톤 트럭 두 개 분량의 소여물을 싣고 내리고 자르는 작업을 하셨다고 합니다.
검사 시 우연히 할아버지의 손을 보게 됐는데, 손은 온통 굳은살이고 쭈글쭈글해 고생하신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두꺼운 손에 반창고를 붙이니 다른 환자가 쓰는 크기로는 손가락에 다 둘러지지 않습니다.
“할아버지, 어쩜 그렇게 바로 코를 고세요?”
“난 등만 닿으면 바로 자. 티비를 켜면 잠이 바로 와서 티비 혼자서 밤새 떠들지”
“할멈이 우리 집 전기세가 다 티비 때문이라고 뭐 라고 해, 근데 할멈도 똑같아~”
치료받으러 가는 병원마다 직원들이 그런답니다. 물리치료 받는 동안 코를 엄청 고신다고. 치료를 받다 보면 자세를 바꿔야 하는데 하도 잘 주무셔서 치료를 못하고 잠만 자다가 온 적도 있다고.
저희 집에도 노모가 계시기 때문에 무슨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대부분 리모컨을 손에 꼭 잡고 주무셔서 티비를 끌려고 리모컨을 빼면 바로 또 깨어나시지요.
이번 환자분의 검사결과는 ‘수근관증후군’ 중증입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해 보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수고 했다며 인사를 하고 나가십니다. 아마 집으로 들어가는 차 안에서 코를 고시겠지요?
“할아버지! 아프시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
지안재활의학과 김주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