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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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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50대 주부가 무릎이 수일 전부터 아프다면서 내원했습니다. 단순 X-레이 검사가 끝나고 내측 관절 면이 외측보다 좁아진 것을 확인하고 무릎이 부어있어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한 후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초음파를 무릎에 대는 순간 화면을 꽉 채우는 검은 음영. 아! 하는 탄식이 나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환자는 당연히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모가 이상이 있나요?”

“자세히 더 보고 말씀드릴께요.” 하면서 무릎 내측인대와 연골부분도 관찰을 마쳤습니다.

물인지 피가 고인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삼출액이 너무 많이 차있어서 검사를 위해서 바늘을 찌르게 되니 찌른 김에 삼출액도 다 빼보고 검사결과에 따라서 어떤 치료를 할 것인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물리치료 받으시고 처방해 드린 약을 잘 드시고 일을 당분간 조금만 하면 좋겠는데요.” 하고 설명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게 한 후 보내드렸습니다.

그런데 오늘 늦은 시간 이 분이 다리를 제대로 딛지를 못하고 울면서 들어오십니다. 간호사들도 깜짝 놀랐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서서 일하고 약간 몸을 비트는 순간 무릎에서 ‘뚝’ 소리가 나더니 그 후로 도저히 체중을 한쪽 다리에 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말을 하고 점검을 하는 중에도 계속 눈물을 흘립니다. 오늘은 너무 아파하시니까 주사를 놔주고 내일은 제발 일을 하루 쉬시는 게 좋겠다라는 설명과 정밀 검사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추가로 설명하였습니다.

진료실에서 나갈 수 없는 상태여서 휴지를 한 장 더 건네면서 울고 싶으면 더 우시라고 했습니다. 이건 분명 더 이상 아파서 우시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억울해서 그래요. 억울해서”

그간 본인은 쉴새 없이 일하고 몸이 부셔져라 일을 했더니 결국 남는 게 이것인가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눈물은 사실 전철에서부터 남들이 보던 안 보던 마구 두 눈에서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지요.

“알아요! 억울한 마음! 그러니까 지금부터 아주머니 스스로를 위해서 치료를 받고 건강해 집시다. 제주도 놀러 가야지요? 네?”

휴지 한 장을 더 건네 드립니다. 눈물이 아니라 하염없이 쏟아지는 고생의 땀방울입니다. 이런 눈물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집에 갔을 때 가족들이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 준다면 힘이 될 텐데… 아마 저 다리 가지고 남편과 애들 밥상을 차려줄 것 같았습니다. 마침 진료시간이 끝나갈 무렵이고, 전에 언덕에 사신다고 했던 말씀이 생각나 차로 바래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혼자 살고 있고, 경기가 안 좋아져서 장사도 하다가 그만두고 가사도우미를 하고 있는데 자존심에 상처도 많이 생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아프기 까지 하니… 차에서 내려 2층 단독주택의 쪽문을 열고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아픈 다리로라도 밥을 해줄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과 함께 부슬 부슬 오는 비에 마음만 더 무거워 집니다. 

“억울하면 몸조리 잘해서 얼른 나아서 산에도 가고 그래야지, 힘내요! 아줌마!”


김주현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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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HiDoc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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