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청결청결

겨울철이 되면 병원에 오시는 분 중에 몸의 향기가 예사롭지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온종일 일하고 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머리를 보면 이 분이 오늘 샴푸를 했는지 안 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온 환자. 사실 병원에 진료받으러 오신지는 몇 주 됐습니다. 첫날은 너무 냄새가 고약해서 도저히 다른 환자분들과 함께 있는 공간인 물리 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게 해 드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약을 주고, 내일은 주사를 맞을지 모르니 샤워를 하고 몸을 깨끗이 하고 오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날도 여전히 냄새는 똑같았습니다. 그 냄새는 어제 술을 밤새워 마시고, 담배도 많이 피우고, 샤워도 며칠 안 해서 피부는 끈적하고, 발은 안 씻어서 찌든 냄새가 나고, 옷은 세탁을 언제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이 분의 직업이 요리사랍니다. 제가 가본 적 있는 호텔에 중식 요리사라고 하는데 그분들이 만든 음식을 먹고 배탈이 안 난 것이 다행이네요.

우리 동네에도 맛있다고 소문난 일식집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그곳을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조리복을 입고 길가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면서 가래침을 뱉는 것을 보면, 그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게다가 어떤 음식점에서는 요리사를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볼일을 보고 손을 안 씻고 바로 조리실로 가시는 겁니다. 그날 먹은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었죠.

진료실에 원장이 비듬이 득실득실한 머리에 꼬질꼬질한 가운을 입고, 입에서 냄새가 난다면 환자는 자신을 돌보지 않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환자분 중에 자신의 몸 관리를 여러 가지 이유로 못하는 분들을 보면 치료 효과도 분명히 떨어집니다.

샤넬 백을 들었다고 깨끗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몸에서 나는 향기가 그 사람 전체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환자가 되는 방법도 아주 간단합니다. 깨끗하면 의사가 한 번이라도 더 자세하게 보고 만져보게 되니까요. 오해는 마시기를. “의사도 사람입니다.”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시던 아버님께서는 병원에 가시기 전날이면 담즙 백을 달고 샤워하기도 불편하실텐데 냄새나면 안 된다면서 힘들고 지친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 들어가셔서 목욕하고, 머리 감으시고 몸을 깨끗하게 닦으셨습니다. 의사들도 환자가 더러우면 좋겠냐고 하시면서 말이죠. 동기 성형외과 의사도 욕창 환자가 입원하면 제일 처음 시키는 일이 목욕이랍니다. 정말 몸의 청결함은 몸의 병을 이겨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검사받으러 온 환자가 너무 청결하지 못해 병원에서 하루에 쓸 알코올 솜 분량을 한 명의 환자 몸을 닦아내느라고 다 써버리고 그분으로 말미암은 냄새로 간호사가 방향제를 여기저기 뿌려대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아직도 코끝에 냄새가 나는데 코를 풀고 양치를 하고 손 세정제를 듬뿍 발라도 내가 오늘 가서 우리 아이들을 껴안아 줘도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면역력은 몸의 청결에서부터 시작한답니다.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주현 HiDoc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