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꼭 그 날 아기를 낳게 해주세요. 그 날이 길일(吉日)이래요.”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에서 만삭인 산모가 산부인과 의사에게 했던 말이다. 출산예정일도 멀었는데 날짜에 맞춰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억지를 부리는 내용이었다.

산모의배산모의배

최근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막달까지 배가 부르면 뱃살이 트면서 흉하기 때문에 여자연예인들은 다들 36~38주 정도에 유도분만을 한다더라’하는 ‘카더라 통신’까지 가세해서 산모들의 출산일을 앞당기고 있다.

이런 것도 시대적 흐름인 것일까. 한국 여성의 평균 임신기간이 38.8주로 매년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불임이나 노산(老産) 등의 자연적 원인이 아닌 유도분만과 제왕절개 등의 인위적 방법을 통한 조기분만의 증가를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지난 28일 서울대 의학연구원 인구의학연구소 박상화 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원 연구팀이 ‘대한보건연구’ 최근호에 발표한 ‘우리나라 임신기간 변화 추이’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평균 임신기간은 38.8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임신부의 임신기간은 40주 정도, 1998년 39.4주에 비해 11년 만에 0.6주가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에는 통계청에 등록된 출생신고 중 1998년(62만3000여명)과 2003년(49만3000여명), 2009년(43만여명)의 자료가 사용됐으며, 한 명의 아이를 임신한(단태아) 경우만 분석했다.

임신주수 분포에서는 1998년에는 40주가  50.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2009년 27.7%로 낮아졌으며 38주(23.6%)와 39주(29%)가 52.6%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조기분만으로 분류하는 36주 이하의 증가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연 진통이 없는 상태에서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 등으로 조기분만을 하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이른 임신기 분만 빈도 증가는 모성(母性)이나 출생아의 건강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출생신고 항목에 분만방법(자연분만, 유도분만, 제왕절개분만)을 추가해 세분화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산은 만 37주 미만에 이루어지는 분만을 말하며 태아에게 낮은 지능지수나 뇌성마비, 주의 집중장애, 기타 신경학적 및 의학적 문제들을 야기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31주 이후 조산 시 태아 생존률은 87.5% 정도다.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인숙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