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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인류에게 암은 두려운 병이다. 암에 걸린 환자를 생각하면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빠지는 머리카락 뭉치와 메마른 입술, 시도 때도 없는 구토는 옵션 이미지다.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암은 사람들에게 죽음과 동일한 이미지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암은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인체에 해를 끼치는 그런 질병이 아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체내에 있던 좋은 세포가 나쁜 세포로 변하면 암이 된다. 왜 나쁜 세포로 변하는 지는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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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세포가 나쁜 세포로 변하지 않게 하면 된다. 다행히 인류는 왜 나빠지는지 몰라도, 나쁜 세포로 변하지 않게 하는 법은 대부분 밝혀냈다. 금연, 금주, 소식, 운동, 저염식 등이 그 방법이다.

이제 암은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은 만성질환이라 불린다. 한국인 가운데 남자는 세 명 중 한 명, 여자는 네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린다.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14만 명의 환자가 새로 생겨나고, 평균 네 명 중 한 명이 암에 걸리며, 다섯 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다.

오늘날 인류가 가장 심각한 질병으로 여기는 암, 그는 어디서 어떻게 인류를 찾아왔을까?

공룡의 뼈와 혈관에도 암세포가 살았다?
암은 인류의 진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암의 가장 오래된 흔적은 공룡 뼈의 화석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된 150만년이 넘은 공룡 화석의 뼈와 혈관 등에는 골종과 혈관종 등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암은 현생인류의 조상에게서도 발견됐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에는 버킷임파종으로 인한 턱뼈 변형이 나타났다. 자바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의 대퇴골에서도 악성 골종의 흔적이 발견됐다.

암 세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전이(轉移) 현상도 있었다. 피레네 산맥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해골에서 복합 골수암의 흔적이 발견됐다. 페루 잉카 시대의 두개골에서는 암세포가 두개골 밖까지 퍼질 정도로 커져, 두개골이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과 같은 모양으로 남아있다.

고대 이집트 시대, 암 세포 ‘자르고 태우고’
인류가 처음 암을 기록한 것은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시대다. 파피루스의 기록을 살펴보면 그들이 이미 다양한 암 질환을 구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 자궁암에 대한 것은 구체적인 증상까지 서술됐을 정도로 정확하다.

치료에 관해서도 나름의 방법을 연구, 어떤 경우에는 환부를 태우거나 절단하는 등의 치료보다 오히려 그냥 두는 편이 낫다고 기록 하기도 했다.
오래 전 중국의 문서에서는 후두암과 식도암의 기록이 남아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런 암들이 그들이 뜨거운 차를 즐기는 등의 특이한 식문화에 기인한다고 추측했다.

Cancer의 어원은 kreb
현대 의학 역사상 최초의 암 전문의는 현대 의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와 로마의 갈렌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다양한 종양을 구별해 독성분의 약초를 연고로 만들어 사용했으며,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종양은 건들지 않는 편이 낫다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갈렌은 현대까지도 유효한 여러 기록을 남겼다. 60여가지의 암질환을 구별해 연구했고 이를 문서로 남겼다. 특히 오늘날까지 통용되는 암(Krebs 독일어로 ‘게’의 의미도 함께 가진다)이라는 명칭도 갈렌이 붙였다. 그는 유방암이 점점 진행될수록 병든 조직들이 흔히 게의 몸처럼 보이는 것을 주시했고, 혈관 안에서 게의 다리같이 생긴 모양을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다.

한편, kreb은 질병의 악성적인 면이나 파괴적인 면도 의미한다. 암은 악성이고 분화되지 않는 새로운 조직을 형성한다. 암 조직이 커지면 주위의 정상 조직들은 파괴된다.
갈렌은 자신이 저술한 암에 관한 논문에서 “모든 병리적 혹들은 거론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300년 전만 해도 암은 ‘박테리아’였다?
그러나 이때까지 인류의 연구는 암의 현상에 대해서만 집중했을 뿐 암의 원인에 대한 소견은 그다지 신빙성이 없었다. 불과 300년전만 해도 암의 원인으로 암 박테리아, 암 효모, 암 기생충 등 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그러나 어떤 연구자들은 선견지명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랑스 의사 비샤(Marie- Francois- Xavier Bichat)는 1801년 암을 ‘사고를 당한 조직’이라고 표현하며 암의 신체적 근원 즉, 암이 체내에서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자연 발현하는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현미경과 볼록렌즈의 발명 등을 통해 인류는 비로소 암이 체내의 세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암은 세포 내의 유전자에서 단계적으로 발병했다. 그러나 일반 세포는 임무를 다하면 죽는 반면, 암 세포는 죽지 않았다. 이렇게 암으로 변한 세포는 무한 성장을 통해 번성해 나갔다.

상처 치유와 암세포 발생은 비슷한 원리
독일의 병리학자였던 루돌프 피르호(Rudolf Virchow)는 백혈병 연구를 통해 암이 세포에서 세포로 전이된다는 ‘전이설’을 최초로 제기한 인물이다. 그는 종양 부위에 다수의 백혈구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염증이 생기면 백혈구도 많아진다는 것을 인식, 암과 염증의 관계에 가장 먼저 주목했다.

1863년에는 만성 염증이 암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도 발표했다. 그는 여러 명의 종양 환자를 관찰한 결과, 주로 상처가 빈발하거나 반복적으로 힘을 받은 부위에서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상처가 치유되는 염증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암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의 가설은 120년이 지나 입증됐으며, 이 과정에서 인류는 상처를 치유하는 염증 메커니즘과 종양세포 생성 프로세스가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전히 미지의 세계지만, 극복은 가능하다
앞서 설명한 내용 외에도 암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암의 역사가 인류의 역사보다 오래 됐다 할 수 있으니, 그 이야기 역시 천일야화도 저리 가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방대하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며 암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접한다. 앞으로 개발될 수술법과 치료법, 항암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인류에게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암은 미지의 세계나 다름이 없다. 여전히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이 다만, 확신에 가까운 추측으로 그 원인과 기전을 설명할 뿐이다. 이 때문에 암에 대해서는 두려움도 크고 근거가 불분명한 속설도 많다.

인류가 존재하는 이래 지금까지, 암은 꾸준한 연구대상이었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치료와 원인 규명을 위해 힘 쓰고 있다.
이렇게 정성을 쏟는다면, 인류는 언젠가 기필코 암을 극복하게 되지 않을까?


[참고서적 - 세포들의 반란 / 만프레트 라이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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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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