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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손목손목

오늘은 다른 병원에서 손 저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환자가 내원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문진을 하고 이학적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환자는 약 4년 전부터 손에 감각이 이상했고, 저린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정형외과도 가보고 한의원도 가보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는 엄지손가락이 마르고, 힘이 점점 없어져서 근처 종합병원에 갔는데 근전도 검사를 한 번 받아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환자분이 우리 병원에 왔던 겁니다.

검사를 하는데 정중운동신경이 반응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정중감각신경을 검사하기 위해 손바닥에 전기 자극기를 가져다 댔습니다. 자세히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손이 부풀어 있고, 덩어리가 만져졌습니다.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나요?”하고 물었더니, 거의 처음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갈 때부터 그랬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검사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안 했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환자의 말을 100%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그때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손바닥의 덩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근전도 검사를 끝마쳤습니다.

환자는 중증의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손바닥에 자리 잡고 있는 덩어리가 궁금해서 초음파를 대 보는 순간 정중신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신경은 보이지 않고, 약 4~5cm 크기의 몽글몽글한 덩어리가 보였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한 후에 초음파 관련 서적을 찾아서 손바닥에 덩어리가 생길 수 있는 원인을 찾아본 결과 환자는 신경성 섬유 지방종(neural fibrolipoma)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질환은 섬유 지방성 조직들이 비정상적으로 자라서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 병입니다.

오랫동안 환자들을 진료해 오면서 근전도 검사를 해봤지만 처음 접해본 환자였습니다. 물론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도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질병입니다. 흔하게 관찰되는 것이 아니어서 다들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었나 봅니다.

환자는 근전도 검사 결과지와 진단서를 받고 다시 의뢰한 병원으로 돌아갔고, 손바닥 MRI 촬영을 한 다음 확진을 받고 수술예정이라고 합니다. 정중신경의 손상이 매우 심해 수술 후 경과가 어떻게 될지 매우 걱정되지만,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본인도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그냥 늘 흔한 수근관증후군 환자이겠거니 하면서 검사만 할 뻔했던 환자였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늘 똑같은 환자를 보면서도 또 다른 원인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을 보고 나서 일주일 뒤에 같은 증상을 가진 남자 환자분이 또 왔습니다. 이분은 중학생 때 이미 한번 수술을 했었는데 초음파 소견이 위 환자와 같았습니다. 신경은 한번 수술을 해서 인지 아직은 살아 있었고, 수술을 통해 신경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10년을 넘게 근전도 검사를 하면서 이런 환자들이 또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이제 이런 병에 관심을 가지게 되다 보니, 이런 환자들이 이제 눈에 보이나 봅니다. 모든 직업들이 그렇지만 타성에 젖어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수 있지만, 의사는 정말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오히려 환자들에게 감사합니다.

지안재활의학과 김주현 원장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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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HiDoc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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