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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직장인 정 씨는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잠을 못 이뤘다. 선거에서 지지하던 세력이 힘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편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을 듣고 잠자리에 누웠지만, 그는 불뚝불뚝 분노가 치밀어 잠도 오지 않더라고 전했다.

기표기와사람들기표기와사람들

비단 정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믿을 수 없다’, ‘말이 안 된다’며 낮은 투표율과 몇 군데 지역의 결집된 표에 대한 네티즌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직장에 출근한 직장인들도 삼삼오오 모여 선거 이야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 가운데서도 2030세대, 젊은 층들의 투표후유증이 가장 크다는 것이 여론이다. 전문가들은 각종 SNS와 팟캐스트 등의 새로운 미디어로 정치적 소견을 갖게 된 젊은 층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허무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는 것.

‘내가 아무리 애써도 결국은 이렇게 된다’는 무력감과 상실감이 이들을 사로잡는 셈이다. 네티즌들이 주로 쓰는 인터넷 신조어로 표현하면 ‘열폭(열등감폭발)’과 ‘멘붕(멘탈붕괴)’의 상황이다. 이런 무력감이나 상실감은 계속되면 화병이 되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뇌혈관, 심장혈관 등에도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잘 못 이룬다. 머리가 아프고 신경질과 짜증도 많이 난다. 정 씨가 어젯밤 느낀 이와 같은 기분은 전형적인 화병의 증상으로, 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낄 때 나타난다.

화병은 한의학에서 부르는 말이다. ‘화(火)’의 개념을 분노의 감정으로 사용했다. 인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뜨거운 화기가 머리로 올라가고 배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져서 체내 기혈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이를 적절하게 풀지 못하면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분노분노

화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분노와 같은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 ‘참을 忍(인) 석 자면 살인도 면한다’는 속담처럼, 참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국내 분위기 탓이 크다.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분노는 건강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불만과 억울함 등은 화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투표결과와 같은 정치적 문제는 분노의 원인이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번 수원 살인사건의 경우 살인자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직접적 대상이 있음으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상 속에서 화병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분노를 일으킨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 참지만 말고 운동 등을 통해 화로 쌓인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해야 한다. 화를 표출할 때는 갑자기 터트리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밖에도 화를 가진 채로 잠자리에 들지 않기,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기, 적절한 운동과 취미생활 갖기 등도 화병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명상과 복식호흡, 체질에 맞는 차 마시기 등도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불만스럽다고 해서 너무 오랫동안 억울한 생각은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실의에 빠져 부정적인 생각만 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일상에 매진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또 분노의 원인을 없앨 수 없는 만큼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챙기면서, 다음 선거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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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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