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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한국 남자 배우나 가수들을 보면 모두 키가 크고 근육이 왕성합니다. TV를 보다 보면 그들은 옷을 들어 올려 자신의 복근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남자 배우뿐만 아니라, 여자 배우들의 사진에도 ‘누구누구 환상 복근’ 이런 문구가 달립니다. 배우 권상우나 가수 비 같은 몸짱은 대부분 보통 남자들의 기를 죽입니다.

근육근육

한편, 일본 인기 남자 배우들은 약간 선이 가늘고, 날씬한 스타일이 많아 여자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얼짱이면서 가냘프게 보이는 가수들도 복근을 보여주고 자랑을 합니다. 아무래도 남자는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강해 보이기 위해서는 몸도 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지요.

그럼 남자들은 왜 이렇게 근육을 키우는데 목숨을 거는 것일까요? 근육은 남자의 상징이라고 믿고 있고 근육이 왕성한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한국 여자들이 근육 많은 남자를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서양이고 동양이고 남자들이 근력 운동에 목숨을 거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터넷을 보면 중학생 정도의 남자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근육을 키울 수 있는지 알려 달라 하는 질문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헬스클럽을 가면 소위 ‘사료’라고 하는 영양제와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단백질 가루나 알약을 엄청나게 큰 통 단위로 팔고 있으며, 많은 남자들이 이것을 복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몇 주 전에 60대 후반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신사가 어깨가 너무 아프고, 잘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내원했습니다. 이 환자는 젊었을 때 한국 미스터 코리아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근육이 대단했던 분이었습니다. 옛날 그 시절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내가 젊었을 때는 이랬는데 지금은 당뇨가 있고, 어깨도 아파서 운동도 못하고, 살도 다 빠졌다’면서 우울하다고 했습니다. 팔을 다 고치면 꼭 운동을 다시 하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를 해보니, 환자의 인대는 손상되어 있었고, 어깨 관절은 유착되어 있었습니다. 주사치료를 받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서 어깨 움직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계속 오실 때마다 “근육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근육이 너무 없어져서 운동을 다시 해야 하는데…” 하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걱정해서 저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혈당이 너무 높아졌다면서 병원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평소 140대 정도를 유지했는데, 오늘은 200이 넘는다는 겁니다. 최근에 운동량이 줄고 우울한 기분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식사량 조절에 실패했던 것입니다.

“걷기 운동을 좀 하시고, 그것이 부족하면 혈당 조절 약을 좀 늘려야겠습니다”하고 설명을 했으나, 일주일이 지나도 혈당이 전처럼 돌아오지 않는다고 걱정했습니다. 이제 내일 모래면 70인데도 아직도 젊었을 때 들었던 100kg짜리 역기를 들고 싶어하고, 친구들은 지금도 무거운 역기로 운동하며 근육을 자랑하는데 정작 본인은 그게 안 돼서 너무 우울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분과 같이 당뇨가 있는 고령의 남자는 심한 근력 운동보다는 걷기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하체 단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체가 튼튼한 사람이 오래 산다는 논문까지 보여주면서 위로를 해 주어도 걷기에는 통 관심이 없고 오직 사라진 근육에만 집착합니다. 절대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니며, 가벼운 아령을 드는 것도 그게 무슨 운동이냐면서 혈당은 높다고 한숨만 쉽니다.

어제도 또 똑같은 대화를 반복하고 나서 고개를 떨구고 진료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 근육운동에 집착하는 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혈당 조절이 안 되면 당이 소변으로 많이 배출되고 이로 인해 많이 먹어도 근육의 양이 줄게 되며 살이 빠지게 되는데, 이 분은 걷기만 잘해도 혈당 조절이 잘 될 텐데 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걷기운동걷기운동

그동안은 근육운동만으로 혈당 조절이 잘 되었던 것이지만, 운동은 나이에 맞게 혹은 현재의 신체 상태에 맞게 종목을 바꾸든지 아니면 운동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평소 늘 근육운동만 했던 분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운동에만 집착하게 되고, 정작 심박동수를 올리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줄 수 있는 유산소 운동과 유연성을 키우기 위한 스트레칭 등은 여자가 하는 운동이라면서 무시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운동은 근육을 키우는데 있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걷기 운동만 잘해도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일 년 동안을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서 어렵게 배운 걷기 운동을 나이가 들면 시시하다고 안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떤 운동이 일 년이 걸려서야 겨우 할 수 있는 정도가 될 수 있을까요? 걷기 운동처럼 배우기 힘들고, 또 지속적으로 하기 쉬운 운동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근육을 키우기보다는 많이 걸어서 튼튼한 심장과 관절을 가지는 게 더 현명한 남자의 선택입니다.

여자 분들도 이제 근육이 많은 남자를 좋아하지 말고, 근육이 유연하고 잘 걸어서 허벅지가 튼튼한 남자를 선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도 나이 들어서 남편 수발을 해야 하는 수고가 훨씬 적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잘 걷는 남자가 분명히 잔병도 덜 생기고 큰 병도 덜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안재활의학과 김주현 원장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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