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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우리나라 국민은 ‘정신질환’이라는 단어를 통해 무엇을 연상할까? 한 조사결과 우울증, 치매, 스트레스가 가장 많았고 그 외 정신이상자, 정신병, 정신분열 등, 중증의 정신질환자와 관련 있는 단어들이 연상하거나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사이코패스, 지능미달, 성폭행, 범죄자라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답변들은 정신질환을 아직도 사회의 부정적 사건·사고와 연결하는 현상이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도 잔혹한 살인자나 사회 부적응자만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살의 원인은 시대별·세대별로 다양하지만, 그 안에 공통적인 원인은 대인관계, 우울증,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신적인 불안과 스트레스에 내몰린 많은 이들은 사회적인 제약과 주변의 눈을 의식해 대부분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고 있다.

차가운 ‘편견’이 음지를 만든다

어둠 속에 혼자 있는 남자어둠 속에 혼자 있는 남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꽤 오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치기 어려운 질병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오해가 쌓인 것이다. 정신질환이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감기처럼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된 지금에도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스트레스와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사고나 감정 등 정신기능에 장애 만연한 요즘. 크고 작은 정신질환은 많은 이들을 괴롭히지만, 정신과의 문턱을 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에게 알려질까 두렵고 진료 기록이 남는 등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정신과 상담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다양한 스트레스로 각종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전문가를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이들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대응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인데, 사회적 편견이나 잘못된 인식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 부적응자, 또는 중증 정신질환자가 증가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일은 특정한 환자가 아니라 언제든 똑같이 질환에 고통받을 수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하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정신질환 관련 통계정신질환 관련 통계

유명인들 자신의 정신질환을 고백하다.

한때 우리는 유명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 소식에 마음 아파하며 덩달아 우울감을 떨치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많은 연예인이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행여 소문이라도 날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만 끙끙 앓다 마지막 선택을 한 것이다.

최근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의 정신질환 경험을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방송인은 자신의 공황장애를 극복한 경험을 공개하며 유머코드로 승화해 활용하기도 하며, 어떤 배우는 우울증으로 남몰래 울어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본인의 정신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의 시선이 두려웠음에도 전문가를 찾아 고민을 털어 넣고 약물치료와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극복했다는 점이다.

이제 연예인들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많은 매체에 소개될 만큼 매우 흔한 일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이 그만큼 편안해졌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정신질환에 대해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져 거부감이 줄어든 것으로 생각된다. 단순히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가벼이 여기며 본인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정신질환을 깨닫고 치료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병은 알려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치료 약을 찾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병도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몸이 아프듯이 우리 마음도 치료가 필요할 만큼 아프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에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질병을 포함한다. 드라마 속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중독,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자폐증, 공황장애 등 일상생활 속 정상인들도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그들과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똑똑.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다

# 주부 강모 씨(35세)는 2년 전부터 맞벌이와 육아, 시댁과의 불화 등으로 극도의 우울감에 빠져 어린아이와 가족을 챙기지 못했다. 강 씨는 무기력감과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지기도 한다. 예민해져 사소한 말에도 남편과 싸움으로 번져 집안 분위기는 늘 싸늘했다. 참다못한 남편의 권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 강 씨는 처음에는 자신을 정신병자로 보는 것 같아 거부했지만, 사랑하는 딸과 남편을 위해 치료를 시작했고 지금은 정기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강 씨는 가정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준 남편에게 항상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두려움으로 치료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편견 속에서 외면하기에 마음에 병은 우리 주변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환자 본인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는 물론 가족, 친구, 지인 모두 편견 없이 정신질환을 받아들여야 우리가 모두 함께 이겨낼 수 있음을 알고, 국가 차원에서의 제도 개선과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신질환과 관련한 10가지 편견과 진실정신질환과 관련한 10가지 편견과 진실

중앙대 정신과 나철 교수는 “정신질환은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인 요인에 국한되는 병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말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이들 중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있고, 정신질환 치료 후 사회에 잘 적응해서 사는 사람들도 많다. 양극성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은 비교적 잘 치료되는 질환이다. 가장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렵다는 조현병의 경우도 환자의 3분의 2 정도가 치료를 받으면서 잘 적응해나간다”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노이로제나 가벼운 우울증, 불면증, 신경성 신체증상 등으로 인해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느는 추세다. 또 가족문제 상의나 정신건강상태를 확인해보고자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하며, “이들은 보통 스스로 견디기 힘든 환경에 처해있거나 과거와는 달라진 자기 생각 및 태도에 의구심을 갖거나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온다. 이런 사람 중에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입원 치료까지 권유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비교적 가벼운 상담 치료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가급적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신건강은 어떤 중증 질환보다 무서운 병이다. 출퇴근길 오고 가며 부딪히는 많은 이들 중 스스로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각자 힘든 현실과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공포, 사회적인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함께 작은 행복을 찾기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품었던 차가운 편견들을 반성하며 우리 모두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 될 때까지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약속해 보자.

<하이닥 가족정신건강 기획특집 목차>

1. 우리 가족 정신건강, 이대로 괜찮은가

2. 인간이 우울해지는 가장 큰 원인, '상실'

3. 콘트롤 타워 없는 일상 속 재난, ‘스트레스’

4. 당신은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요?

5. 정신질환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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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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