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상담을 위해 보호자가 내원했는데, 그의 어머니는 얼마 전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담당 의사는 처음에 접촉성 피부염이라 진단했지만, 연휴가 지나고 나니 단순포진 혹은 대상포진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에 말에 당황스러웠던 보호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 접촉성피부염과 단순포진 그리고 대상포진은 대체 어떤 질병이기에 의사조차 정확히 진단하지 못할까?

대상포진을 진단할 때 대부분 피부 병변을 보고 판단하게 되고 수포액을 배양해서 바이러스를 검출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값비싼 PCR검사까지 해서 대상포진을 확진하지는 않는다.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걸어서 진료실로 들어오실 정도의 외래 환자들은 검사비용과 비교하면 그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육안적 관찰 및 촉진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과 유사한 피부질환 중에 단순포진이 있는데, 대상포진 바이러스를 Herpes zoster, 단순포진은 Herpes simplex라 한다. 이 바이러스는 Herpes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포진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성격이나 증상은 조금 다르다.

◆ 단순포진 VS 대상포진 VS 단순 피부염, 무엇이 다를까?

단순포진의 수포성 병변은 흔히 입술이나 입안에 구내염이나 인후두염으로 인해 가장 흔하게 보이게 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앓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바이러스도 한번 우연히 감염되면 우리 신경세포 속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스트레스나 열 등 자극을 받게 되면 튀어나온다는 것까지 대상포진과 비슷하다. 그나마 입술이나 인 후두부에 나타날 때는 쉽게 감별되지만, 피부에 나타날 때는 초기에 조그맣게 생기는 수포모양이며 발진 양상이 대상포진과 비슷하여 초기에 감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피부에 생기는 1형 단순포진과 일종의 성병으로 외부 성기에 물집이 생기는 2형 단순포진으로 나뉘게 된다. 1형 단순포진이 대상포진과 유사하게 보여 착각하기 쉽지만, 단순포진은 통증이 주로 없다. 주로 발진 초기에 가려움증으로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비슷한 수포성 양상을 가지는 발진이 나타나게 되는데, 통증보다 가려움증이 더 심하다고 하면 단순 포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대상포진이 신경 분포 지역을 따라 마치 띠를 두르듯이 둘러서 퍼지는 양상이지만, 단순포진은 신경세포 속에서 잠복은 하지만 일반 피부 점막에 물집을 만들고 마치 포도송이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특징이 있어 감별하게 된다.

수포가 생기기 전에는 피부에 붉은 발적이 먼저 나오기도 하여 단순한 피부염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순 피부염은 오히려 가려움증을 가지고 있어 긁으면 시원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대상포진은 초기 통증이 있어 발진부위를 긁었더니 가려움보다 이상하게 약간 아픈 통증이 동반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물론 대상포진의 원인이 수두이기 때문에 수두 발생과도 당연히 감별을 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수두 같은 경우 대상포진이 띠를 두른듯한 양상으로 모여 있는 것과 달리 전신적인 발진으로 퍼지기 때문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대상포진 가운데 조금 응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얼굴에 나타나는 경우다. 얼굴의 경우 눈 주위에 발생하게 되면 홍채염이나 각막염을 일으켜 최악의 경우 실명할 수도 있고, 바이러스가 뇌수막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간혹 면역 억제 환자의 경우에는 국소적인 부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피부에 걸쳐 나타나기도 해서 주의해야 하며 간염이나 폐렴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항바이러스제는 대개 일주일 정도 사용하지만, 통증의 경우는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따로 있지 않다. 이는 대상 포진 후 신경통과 같이 대상포진이 치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통증이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사용하여 통증에 대비하는 것이 더 낫다.

<글 = 라아클리닉 이상욱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