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이 만난 올해의 의사]에서는 한국 의과학 연구 분야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한 의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 [인터뷰] 신경과 전문의 정승호 조교수
| 고령화시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증가 추세
| 24년 트렌드 키워드 '도파밍', 뇌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에서 유래
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각종 만성질환뿐 아니라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승호 교수(상계백병원 신경과)는 "고령화시대를 넘어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뇌질환이 발병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라며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발병하는 질환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 긍정적인 마음가짐 등을 갖고 주치의와 함께 치료한다면 발병 후에도 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면서 퇴행성 뇌질환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교수님의 주 연구 분야이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고령화시대에 특히 경계해야 할 질환들로 꼽힙니다.
네,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60세 이상 환자들 중 1%, 80세 이상 환자들 중 3%에서 파킨슨병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제 고령화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분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계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를 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수는 2022년에 12만 명을 넘어섰고, 이는 2018년 10만여 명과 비교하면 5년간 14% 증가한 수치입니다.
Q. 치매로 흔히 알고 있는 알츠하이머에 비해 파킨슨병은 상대적으로 낯설기도 합니다. 어떤 병인가요?
파킨슨병은 중뇌의 흑질에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안정 시 떨림(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생기는 떨림), 서동증(느려지는 행동), 강직(팔다리 뻣뻣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알츠하이머와 달리 발병 초기에는 인지저하가 없는 경우가 많고, 도파민 약물 치료를 했을 때 이러한 운동 증상들에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파민 약물 치료는 증상 개선 효과는 있지만 파킨슨병의 경과를 바꾸지는 못하고, 여타 퇴행성 뇌질환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병이 진행되어서 점차 약효도 떨어지고 이상운동증, 치매, 정신증상, 자율신경기능 이상 등 다양한 증상이 발현되는 병입니다.
Q. 최근 트렌드 키워드로 '도파밍'이 있습니다. 파킨슨병과도 관련이 깊은 '도파민'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라고 하는데요. 도파민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저도 2024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이 선정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뇌의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여러 가지 기능을 합니다. 먼저, 우리 몸을 움직이는 데 있어 윤활유 같은 역할로, 자동차의 엔진오일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엔진오일이 떨어지면 차가 움직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기능이 떨어지고 같은 속도를 내는데 더 많은 힘이 들게 되는 것처럼, 도파민이 부족하면 우리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또, 도파민은 쾌락과 보상회로에 작용합니다. 마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암페타민과 코카인은 도파민을 증가시켜서 쾌락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약물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도파밍’이라는 용어도 숏폼과 같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반복적으로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켜 이에 중독되는 현상을 표현한 키워드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파민은 우리가 기억하고 무엇에 집중하는 등 인지기능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승호 교수 | 출처: 상계백병원
Q. 파킨슨병 증상이 심했던 환자 중 교수님의 진료를 통해 호전되어 기억에 남는 환자 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몸에 힘이 없고 움직이기 힘들어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검사를 하였지만 특별히 원인을 찾지 못했던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몸이 너무 힘든 나머지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였다가 응급실에 실려오셨습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어서 입원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거동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여 저희 신경과로 협의진료 요청이 왔었습니다.
진찰 결과, 파킨슨병 증상이 관찰되었습니다. 혼자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걷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러 영상검사를 종합 판독하여 파킨슨병으로 진단하였고 도파민 약물 치료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환자분의 운동증상이 뚜렷하게 호전되어 도파민 약물 치료를 계속 진행 중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지내고 계십니다. 유사한 증상이 있다면 신경과로 내원해서 진료를 받아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