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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비교적 새롭게 부각된 건강 위험요인으로,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건강의 위험요인이 되는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 축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의 강력한 위험요인이자 코로나19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최근 한국인의 비만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컷 먹고 지방만 쏙 빼는 다이어트 가능해진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실컷 먹고 지방만 쏙 빼는 다이어트 가능해진다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여자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27% 내외로 매년 유사 수준이나, 남자는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크게 증가했다. 청소년 역시 마찬가지다. 남학생은 2021년 유병률이 17.5%로 2011년(6.8%) 대비 2.6배 증가했고, 여학생은 2021년 유병률이 9.1%로 2011년(4.2%) 대비 2.2배 증가했다.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은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모든 비만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으로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삭센다와 위고비 등은 뇌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감소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그런데 최근 실컷 먹고도 지방을 뺄 수 있는 비만치료제가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V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연구팀은 뇌 속 별모양의 비신경세포 ‘별세포’에서 지방 대사 조절 원리를 찾았다. 나아가 직접 개발한 신약 ‘KDS2010’을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 감량도 성공했다.

공복감과 체내 에너지 균형은 뇌의 측시상하부가 관장한다. 측시상하부 신경세포들이 지방 조직으로 연결돼 지방 대사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여태까지 정확한 지방 대사 조절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측시상하부에 억제성 신경물질인 ‘가바(GABA)’의 수용체를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신경세포 군집 GABRA5를 발견했다. 이어 비만 쥐 모델에서 GABRA5 신경세포의 주기적 발화가 현저히 감소함을 확인했다. 화학유전학적 방법으로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니 지방 조직의 열 발생, 즉 에너지 소진이 감소해 지방이 축적되고 체중이 증가했다. 반대로, 측시상하부의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체중이 감소했다. 다시 말해, GABRA5 신경세포가 체중 조절 스위치인 셈.

연구진은 측시상하부의 별세포가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함을 발견했다.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한 반응성 별세포(Reactive Astrocyte)는 마오비(MAO-B) 효소를 발현해 지속성 가바를 다량 생성함으로써 주변의 GABRA5 신경세포를 억제했다. 세포는 평소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에서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다양한 기능적 변화를 동반한다. 이렇게 변화된 별세포의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한다.

마오비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신경계와 신경전달물질 등의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장기간 고지방 식이를 섭취한 생쥐 뇌의 측시상하부에 마오비 효소가 발현되어 GABA가 과생성 되는데, 가바는 GABRA5 신경세포의 활성을 감소시켜 지방 대사를 억제해 체중을 증가시켰다.

반대로,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면 가바 분비가 줄어 GABRA5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지방 조직의 열 발생을 촉진함으로써 식사량 조절 없이 체중이 감소했다. 반응성 별세포의 마오비 효소가 비만 치료의 효과적인 표적임을 입증한 것.

나아가 2019년 뉴로바이오젠으로 기술 이전하여 현재 임상 1상 시험 중이며 2024년 임상 2상 예정인 선택적 가역적 마오비 억제제 ‘KDS2010’을 비만 쥐 모델에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역시 식사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지방 축적 및 체중을 크게 감소시켰다.

제1저자 사문선 박사후연구원은 “기존의 시상하부를 표적한 비만 치료제는 식욕 조절에 관련된 신경세포 기전에만 집중된 측면이 있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비신경세포인 별세포에 주목하였고 반응성 별세포가 비만의 원인임을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이창준 단장은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세계 10대 건강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정할 만큼 현대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차세대 비만 치료제로 부상할 KDS2010으로 식욕 억제 없이 효과적인 비만 치료가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 자매지이자 대사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메타볼리즘(Nature Metabolism)’에 9월 1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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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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