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메디컬뉴스

보통 공복 상태로 측정한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면 혈당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혈당이 당뇨병 진단 기준에서 미달하더라도 정상 기준을 넘어서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최대 30~50%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당이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혈당이 높아질수록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상 기준 넘은 혈당 수치, 심혈관질환 위험 최대 50% 높여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SHTM)과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공동 연구팀은 UK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활용해 42만 7,525명의 당화혈색소 수치와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장기적인 혈당 수치를 나타내는 당화혈색소를 기준으로 이들을 4그룹으로 분류했다. 당화혈색소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이다. 적혈구는 약 120일이 지나면 새로운 적혈구로 대체되기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당화혈색소 정상 수치 5.5%를 기준으로 △정상 기준 아래 △6.5~5.9%이면 정상 범위 △6~6.4%이면 전당뇨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구분했다. 이후 연구팀은 4가지 혈당 범위가 심혈관질환 위험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혈당이 정상 기준 아래에 있으면 혈당 수치가 낮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혈당은 정상 기준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면 당뇨병 진단 기준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이 정상 기준을 넘어선 폭이 가장 적은 경우도 심혈관질환 위험은 10% 높아졌으며, 혈당이 당뇨병 진단 기준 가까이 올라가면 남성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30%, 여성은 30~50% 높아졌다. 당뇨병 진단 기준에 이르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2배까지 높아졌다. 변화 폭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구팀은 성별 간 발병 위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약물 처방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물을 사용한 것을 고려해 보정치를 적용했을 때 남녀 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가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전당뇨 단계에서도 혈당 관리가 중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라며 "혈압 강하제와 스타틴 계열 고지혈증 치료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 최근호에 게재됐다.

당뇨병의 핵심 지표는 ‘당화혈색소’… 2~3개월마다 검사 가능
당화혈색소는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의 핵심 지표이다. 공복혈당만을 당뇨병의 진단 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많은 환자를 놓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Diabetes Fact Sheet 2022)'에 따르면 당뇨병의 진단 기준으로 공복혈당만 사용하는 경우 약 495만 명으로(유병률 14.5%) 추산되는 당뇨병 환자 수가 당화혈색소까지 포함하는 경우 2020년 기준 약 570만 명으로(유병률 16.7%) 증가했다.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약 75만 명의 당뇨병 환자를 더 찾아내는 셈이다.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단계 인구를 선별하는 데도 당화혈색소는 중요하다. 대한당뇨병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당뇨병 전단계 인구는 공복혈당만 이용하는 경우 약 965만 명,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를 모두 이용하는 경우 약 1,583만 명으로 추정돼 그 차이가 매우 컸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당뇨병 합병증 예방을 위한 구체적 목표치가 되기도 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추은호 교수, 인천성모병원 최익준 교수 연구팀은 당화혈색소 수치와 사망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국제학술지 '심혈관 당뇨병학(Cardiovascular Diabet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 1만 719명 중 당뇨병을 동반하고 당화혈색소를 3번 이상 측정한 1,384명을 대상으로 당화혈색소 수치와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평균 6.2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평균 당화혈색소가 6.5% 초과 7% 이하 그룹의 예후가 가장 좋았다. 당화혈색소 6.5% 이하 그룹은 대조군(6.5% 초과~7% 이하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2.2배, 8% 초과 그룹은 사망률이 2.6배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심근경색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조절 목표치를 제시한 중요한 근거가 됐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기 위해 당화혈색소 검사와 자가혈당측정을 권고한다. 당화혈색소를 통해 검사 전 3개월 동안의 혈당 조절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측정한 자가혈당 측정치의 정확성도 판단할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2~3개월마다 검사할 수 있으며 개인의 상태에 따라 검사 주기를 조정할 수 있으나 적어도 연 2회 검사가 권장된다. 일반적인 혈당 조절 목표는 2형 당뇨병 성인의 경우 당화혈색소 6.5% 미만, 1형 당뇨병 성인의 경우 7.0% 미만이 권고된다.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