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ㅣ출처: 하이닥
비염 때문에 입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고민이라는 비염 환자들이 종종 있다. 목 뒤로 넘어가는 콧물 때문에 아무리 양치를 열심히 하고 구강세정제를 사용해 봐도 구취가 사라지지 않아 일상생활 속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나 한 번쯤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감기에 걸려 콧물이 줄줄 나올 때 ‘코를 마신다’고 표현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보다 이해하기가 쉽다. 이렇게 코에서 생산된 점액이 목 뒤로 넘어가는 현상을 ‘후비루’라고 한다.
‘비염’은 치아 문제, 소화기 문제가 없더라도 입 냄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염 증상으로 후비루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입 냄새, 구취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본래 우리의 코는 단순히 숨이 들어가고 나오는 통로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분비물을 내보내 코 점막을 부드럽게 만들어 숨 쉴 때 코로 들어오는 공기에 습기를 더하고, 코로 들어오는 이물질을 제거해 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콧물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분비량이 많아진다.
후비루는 별다른 외부자극이 없거나 일상적인 자극에도 코 내부에 분비물이 지나치게 많아져 목 뒤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고름이나 농이 발생한 것이 아닌 이상 코에서의 악취나 입 냄새가 유발되지 않는다.
구취를 유발하는 후비루는 따로 있다?
후비루는 비강 내 분비물의 비정상적인 증가 혹은 건조와 연관이 있다. 이 둘 중 어떤 것이 구취를 유발할까. 많은 사람들이 감기,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과 같이 비강 내 분비물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경우 구취가 발생할 것이라 예측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다만, 코 안이 건조한 것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 만성 비염 환자들에서 코막힘 증상이 심해지면 입 냄새가 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코막힘과 함께 구강 내 건조감, 두통, 수면 문제, 코의 악취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 대체로 점막이 건조한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점막이 건조한 경우 반사적으로 콧물이 늘어나는데, 이렇게 생성된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구취를 유발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입 안이 건조하면 세균이 쉽게 증식하기 때문에 입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입 냄새의 원인, 후비루ㅣ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마른 비염으로 유발된 후비루, 치료하려면?
후비루 치료를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분비물을 직접 흡입해내는 시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건조 비염에서 시작된 후비루인 경우 점막이 너무 건조해 그에 대한 보상작용으로 분비물이 증가한 상태이므로 이러한 치료만으로는 증상이 호전되기가 어렵다. 그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증상만 보고 치료할 경우, 코 속이 더욱 건조해져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수분대사, 신경계, 열 등 다양한 체내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나는 결과물이다. 코 부위에서 발생한 문제일지라도 해당 부위만 살피는 것이 아닌 신체 전반을 점검해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조 비염의 첫 시작은 온도조절 기능의 저하로,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알레르기 비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환절기마다 증상이 발생하고 온도 변화의 차가 크지 않은 계절이 되면 증상이 호전되지만, 점차 만성화되면서 계절이나 온도와 관계없이 증상이 지속된다. 피부 점막이 정상적으로 습도를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두면부에 과잉 열이 발생, 결과적으로 점막이 건조해지고 체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상적으로 분비물이 과도하게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조 비염은 체내 열을 낮추고 신체 점막의 수분대사 기능을 회복시키는 원인 치료가 필요하다. 염증을 일으킨 원인을 파악한 후 코 점막뿐만 아니라 신체 전반적으로 점막이 촉촉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수면장애’가 있다.
① 잠 드는 데에 30분 이상 걸리거나 (입면장애)
② 자다가 자주 깨거나 (수면 유지장애)
③ 6시간~8시간 충분히 수면을 취했음에도 선잠을 잔 것처럼 피곤한 등의 증상 (수면착각증후군)
우리 몸에서는 자는 동안에도 생체활동이 일어나는데, 수면장애가 있어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세포에서는 탈수가 일어나고 신경에서는 열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수면장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물을 많이 마시고 보습 관리를 해도 피부로 열이 뜨고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만성적인 비염 증상이 나타난다.
이처럼 나에게서 원인을 찾고 다시 대사 균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밀진료를 통해 증상이 시작되고 악화된 과정, 몸의 전체적인 증상들을 세밀하게 파악하여 이를 모두 고려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임은교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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