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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약물의 혈중농도와 상호작용
약물과 약물 간의 상호작용은 서로의 대사(Metabolism)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각각의 약물을 단독으로 복용할 때보다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의 혈중농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혈중농도가 기대치 보다 높아지면 해당 약물에 의한 부작용 발현 빈도가 증가하고, 낮아질 경우 약물의 기대 효과가 감소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과 합성 프로게스테론, 두 성분의 복합제인 사전 경구피임약의 유효한 피임 효과를 나타내는 농도가 아래로 떨어진다면 원치 않는 임신이 될 수 있습니다. 사전 경구피임약 복용 시 약물의 상호작용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과도한 걱정으로 꼭 복용해야 하는 약물마저 피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병행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한 일부 약물과, 이제는 더 이상 주의하지 않아도 되는 약물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항생제와 에스트로겐 농도의 연관성
다양한 기전을 가진 항생제들의 약물 설명 정보에는 공통적으로 포함된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항생제가 경구피임약의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보건 의료계통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약물학 서적에도 이러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데, 체내의 기전을 살펴보면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장에서 흡수된 에스트로겐은 전신에 작용함과 동시에 간에서 글루쿠론산과 ‘포합’되어 담즙을 통해 장으로 배설됩니다. 배설된 에스트로겐-글루쿠로니드 복합체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고, 에스트로겐이 다시 ‘장간순환(Enterohepatic circulation)’을 통해 재흡수 되어 유효 혈중 농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바로 이때 항생제를 동시 복용한다면 에스트로겐의 재흡수를 돕던 미생물 균총에 악영향을 주고, 그 결과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여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사전 경구피임약과 항생제. 함께 복용해도 괜찮을까?사전 경구피임약과 항생제. 함께 복용해도 괜찮을까?


항생제가 임신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Katharine B Simmons 등의 연구에 따르면 실제 두 약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전 경구피임약의 농도 감소 및 피임 실패를 임상적으로 지지할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영국의 National Health Service 역시 해당 내용을 기재한 적이 있습니다. 단, 결핵과 뇌수막염 치료에 사용하고 있는 ‘리팜핀'은 동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장내 미생물총의 균형에 악영향을 주어서가 아니라, 리팜핀이 에스트로겐을 대사하는 효소의 생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리팜핀의 반 합성 물질인 리팍시민의 경우 세균성 장염 등에 사용하는데, 해당 약물은 장관에서의 흡수율이 0.4% 미만이어서 사전피임약의 농도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사전 경구피임약 복용자라면 리팜핀을 제외한 항생제를 복용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리팜핀을 비롯해 토피라메이트, 카르바마제핀 등 간 대사 효소가 증가하도록 유발하는 약물은 에스트로겐 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복용하는 약물을 의사와 약사에게 알려 피임 실패를 사전에 방지해야 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윤수근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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