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임신 · 육아
화목한 가족화목한 가족

부모라면 누구나 ‘좋은 부모’를 꿈꾸지만 이에 대해 부모와 아이의 기준은 다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좋을수록 아이의 삶의 만족도가 높다지만 ‘좋은 관계’가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도 많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의 김영훈 교수는 부모와 아이 모두가 바라는 좋은 부모에 가까워질 수 있고 이상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육아법 및 자녀 교수법에 대한 다수의 서적을 출간했으며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양육 멘토 역할을 수행해왔다. 소아신경과 전문의의자 육아 교육법의 대가로 잘 알려진 그가 이번에는 형제자매를 위한 맞춤형 육아법에 대한 신간 <둘째는 다르다>를 출간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궁금해할 형제자매 맞춤 양육 비법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영훈 교수를 만났다. 흔히 "자식이 둘은 있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막상 둘이 되면 허둥대고 “둘째는 발로 키운다”며 헛헛한 웃음을 짓는 세상의 모든 형제자매 부모에게 발로 키워도 괜찮을 수 있다고 위로를 건네는 교육 대가의 의견을 들어보자.

김영훈 박사김영훈 박사

둘째 양육법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는?

무엇보다 새로운 소재를 선호한다. 일반적인 자녀 양육이나 교수법에 대한 책은 시중에 상당히 많이 나왔지만 형제자매 양육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서적은 그간 많지 않았다. 2016년 'EBS 육아학교'에 출연했을 때 이에 대한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으면서 부모가 형제자매의 훈육에 관해 관심이 매우 크고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둘째는 발로 키운다”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러한 다소 무관심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육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흔히 첫째 아이에게는 헬리콥터형 부모를 자처하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둘째 아이의 육아는 경험자로서 융통성을 가지면서 다소 방목하게 된다. 이러한 육아법은 맏이가 학습하는 것을 둘째가 어깨너머로 스스로 보고 배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형이나 누나의 미숙한 언어와 표현법을 공유하기 때문에 학습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독립적으로 자란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면서 창의력 역시 키울 수 있으므로 ‘발로 키우는 둘째’ 육아법 역시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김영훈 교수 신간 둘째는 다르다 김영훈 교수 신간 둘째는 다르다

미래를 위해 "아이의 창의력과 직관력을 키워주라"고 하셨는데 좋은 방법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엄마의 프레임을 통한 교육은 효과가 낮을 수 있다. 예전에는 부모가 자녀를 산의 정상으로 끌어올려 데리고 가는 등산 프레임을 양육의 기준으로 여겼고, 자녀의 스케줄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헬리콥터 맘의 교육법이 효과적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사막과 같은 광활한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아이에게 방향성만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부모를 이상적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지식 활용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식이 하이 터치(high touch),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를 통해 가공되어야만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지식 가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림책을 통해 감동하면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창의력은 문제 해결 능력과 직결된다. 데이터에 있는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대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탐구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즉 요즘 말로 대상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덕후’가 되어야 창의력이 커질 수 있다.

직관력은 속도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911테러 같은 큰 사고가 났을 때 실전에서 다수의 구조 경험을 쌓은 소방대원은 위기에 처한 대상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20분의 1초 만에 판단할 수 있다. 즉 경험이 직관력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이다. 아장아장하는 아기가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최소 1000~2000번을 넘어져야 한다. 아이에게 지식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기가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걷기만을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치에 맞지 않으며 직관력을 키울 수 없는 교육법이다. 스스로 수없이 넘어지다가 결국 제대로 잘 걸어야 아이의 긍정성과 회복 탄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부딪히고 깨지면서 스스로 깨달을 기회가 많은 둘째가 앞으로의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이 더 우수할 수 있다.

막내인 둘째와 여러 형제 중 둘째는 다를 것 같다. 특히 셋 중 둘째는 애정 결핍이나 피해의식 등이 남다른 것 같은데 형제 셋의 장점은 과연 무엇일까?

보통 끼인 둘째라고 생각해서 형제가 셋이면 둘째가 일방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여기지만 둘째는 협심하는 능력, 즉 협동심이 강하고 전략도 좋은 편이다. 형과 동생 사이에서 윗사람을 따르는 능력과 아랫사람을 지도하는 능력을 모두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심리학에서는 세 명의 형제자매를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여긴다. 첫째는 태생적으로 똑똑하고, 둘째는 협상력이 강하며 셋째는 사랑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삼 형제는 서로의 입장을 살피며 이 모두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

남매남매

동생 육아를 큰 아이에게 맡기는 부모의 행동이 책임감을 가르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똑같이 아이일 뿐인데 아이에게 이런 부담을 주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가끔 동생 양육을 극도로 싫어하고 피하면서 자기 것만 잘 챙기는 맏이도 볼 수 있다.

맏이는 동생들을 돌보고 관리하면서 선배로서 가르치고 책임지는 역할을 배우게 된다. 또한 형제간 애착도 커질 수 있다. 물론 이때 부모의 역할과 강도 조절이 중요하고, 맏이에게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육아까지 강요하거나 장시간 책임지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동생 보살핌을 일절 거부하는 아이는 자신의 독립성을 중요시하는 기질이 강한 것이므로 강요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여자아이는 정서적 성숙이 빨라 24개월이 지나면 동생을 보아도 괜찮지만 남자아이는 적어도 3살이 넘었을 때 동생을 보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다. 이상적인 형제의 나이 차가 궁금하다.

뇌에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있으며, 여성의 뇌량이 더 크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의 공감 능력이 더 높은 편이다. 영∙유아에서도 남녀 성별에 따른 이러한 특성 차이가 나타나 여자아이가 동생의 존재를 더 빨리 인정하고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의학 교과서에서는 형제의 이상적인 나이 차를 ‘2년 6개월’, 즉 3살 차이로 본다. 그 이하이면 부모가 양육에 너무 지치고 그 이상이면 부모가 육아법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제의 나이 차가 너무 많으면 서로에 대한 상호작용이 부족하거나 형제자매에 의해 형성되는 사회성을 배우지 못할 수 있다.

엄마와 자녀엄마와 자녀

본인의 형제자매가 없으면 좋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아이도 있고, 자라서도 형제자매 관계에 대해 남보다 못하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는 부모의 문제일 수 있다. 부모와 자식은 애착으로 이루어진 관계지만 형제자매처럼 동기간, 동료 사이에서는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고 느끼면 복수를 먼저 생각할 수 있다. 성장기에 조금이라도 부모의 차별이 있다면 아이들은 질투와 경쟁, 열등감을 더 크게 느끼며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다. 아이마다 수용성이 각각 다르므로 부모는 아이가 차별받는다는 기분이 절대 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아이의 개성과 장점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아이와 일대일로 보내는 시간을 가지며 충분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이가 아무리 좋지 않은 형제자매라고 해도 이러한 관계에서 익히고 깨닫는 것이 있으므로 그 역시 사회화에 대한 학습으로 볼 수 있다.

맏이에게 동생이 생기는 충격의 강도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과 유사하다는 말이 있다. 큰 아이가 느끼는 이러한 기분은 언제쯤 사라질까?

안타깝게도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충격에 휩싸여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평상심을 되찾으며 본인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이후 즐거운 순간과 좋은 경험을 동생과 공유하면 서로 간의 애착, 즉 형제애가 쌓이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맏이는 동생에게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동생은 형으로부터 사회성을 배워나가면서 서로의 성장을 돕게 된다.

“둘째는 첫째와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본인의 이익을 챙기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하셨고 육아를 하는 엄마들 역시 둘째에 대해 “여우 같다”고 비유한다. 어떻게 본능적으로 이런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첫째는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 모든 것을 독점할 수 있지만 둘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와 주변 환경을 독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이나 동물은 독점에 대한 욕구와 필요한 것을 지키거나 빼앗고자 하는 본능의 뇌가 있다. 이러한 자생력 덕분에 둘째는 본능적으로 여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형제자매는 서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상호협동을 배우고 사회화 기술을 가르치며 사회화 과정을 겪는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형제 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놓치는 외동아이는 사회화에 있어 더 불리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외동아이의 최대 장점은 부모로부터 독점적이고 무한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심적으로 여유로우며 가족관계에서 피해의식이 없다. 또한 충분한 교육을 받아 지능이나 학습 능력이 우수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형제자매 관계에서 자연적으로 습득되는 감정 조절이나 공감, 협업 능력이 부족할 수 있으며 이는 훗날 사회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즐거운 가족즐거운 가족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부모가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한다”며 무한한 애정을 강조하신 이유는?

부모와 아이의 애착은 끊임없이 형성되어야 하고 평생 필요하다. 아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아이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면 부모에 대한 애착이 선행되어야 한다. 애착이 잘 형성되어야 사회성이 더 좋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와의 애착이 약하면 아이는 친구와 형제와 더 큰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친구 등 또래는 단순하고 즉각적인 것에 집착하고 미래를 바르게 보는 능력이 낮을 수 있어 이러한 애착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소위 말하는 ‘현실 육아’에서 자녀와 휴대폰 전쟁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사주고 사용을 무조건 막는 것이 최선일까?

뇌과학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의지가 형성되는 초등학교 4학년 이후에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효과적인 관리법은? 부모가 아이 앞에서 통화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4학년 이후가 되어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되어도 매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하루씩 건너 사용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임 등 스마트폰 사용을 매일 하면 기저핵에 행동이 자리 잡아 이를 하지 못하면 금단증상처럼 부작용이 나타나며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스마트폰 사용과 게임하는 시간에 대해 미리 약속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일 5시에 할 수 있다”라거나 “수학 문제를 10개 풀면 할 수 있다”고 약속하면 아이는 다른 일을 하는 과정에 집중하기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순간에만 집착하게 된다. “주말에는 할 수 있어”라는 식으로 다소 추상적인 시간을 제안하고 간헐적으로 허락하는 것이 대안이다.

아동 교수법에 대한 책을 다채롭게 저술하셨다. 자녀에게 교육은 많이, 다양하게 시킬수록 좋은 것인지 궁금하다.

다양한 교육은 자녀 양육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며,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분야를 함께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재능도 없는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교육에 있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만 시간의 법칙'에 대해 오해하는 이가 많은데 만 시간의 법칙은 무조건 만 시간만 시행하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만 시간의 신중한 연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교재와 좋은 스승이 반드시 함께여야 한다. 특히 아이가 재능을 보이는 분야라면 훌륭한 스승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녀 교육에 있어 자신의 프레임에 아이를 가두거나 본인이 제시하는 길로만 아이를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이 아닌,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돕고 지원하는 지지자 역할을 하는 부모가 되기를 권한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김영훈 박사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경과 교수

제17대, 18대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병원장 역임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최정연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