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으로 고민하는 부부 중 불임의 원인이 남성인 비율은 40%이다. 불임의 원인 중 정액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정액 검사는 이러한 이상을 보는데 가장 기본적인 검사이므로 불임 환자의 평가에서 반드시 시행된다. 정액 검사를 통해 정액 용적, 정자 밀도, 총 정자 수, 운동성, 정자 형태 등을 확인하게 된다.

남성 불임 인자로는 정자 생산 감소, 도관 장치 폐쇄, 질로의 운반 장애, 비정상 정액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세부적인 원인은 더욱 다양하다. 정맥류, 고환 부전, 내분비 이상, 잠복 고환, 스트레스, 흡연, 열 등은 정자 생산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비록 정자 검사상 정상 범위로 나왔다고 하더라도 정자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불임 극복에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 남성 불임은 '무자(無子)'의 범주로 다루어져 왔다. 한방에서 남성 불임의 경우 신장에 기능적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의 신장은 해부 생리학적인 신장보다 넓은 개념으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생명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비뇨, 생식에 관련된 기능을 모두 포함한다. 신장의 기능이 약해진 경우 피로를 잘 느끼고 발기부전, 성욕 감퇴 등이 생기면서 불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한방 불임 치료의 경우 불임의 원인과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모두 살펴 개개인에게 맞게 불임 치료를 하게 된다. 한방 남성 불임 치료는 항산화 효과를 가진 한약 처방으로 산화한 스트레스를 줄여 주어 정자와 정자 DNA를 보호하는 효과를 가지며, 정자 수나 운동성, 모양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소 6주 이상의 한방 치료를 받은 남성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약 70%의 남성이 1년 이내에 자연 임신에 성공하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고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경우 녹용이 정자 운동성을 향상할 수 있다. 사슴은 뿔의 성장 시기에 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라이신이 정자 운동성을 향상시키고, 칼륨은 초기 정자의 운동성을 유도하고 수정 능력의 획득에도 영향을 준다. 녹용 약침 액을 포함한 배양액의 처리가 다른 배양액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정자의 회수율을 증진하고 체외 배양 시 회수되는 정자의 운동성 유지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기본적인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정상 체중을 유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비만 남성이 정자 농도, 정자 운동성, 총 정자수에서 정상체중군보다 더 떨어지는 경과를 보이며, 정상적인 체중의 남성에 비해 음낭 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고환과 연결된 혈관이 팽창하는 선천적 질병인 정계정맥류를 가진 남성이 살이 찌면 불임 가능성은 더 커지게 된다.

그리고 금연, 금주, 무카페인 생활을 해야 한다. 흡연자의 정자는 숫자, 운동성이 통상적으로 정상이라고 할지라도 정자핵의 질을 악화시키고 DNA 결함을 일으킬 위험이 더 커진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60% 이상 불임률이 높다. 또한, 다량의 알코올은 혈중 남성 호르몬 농도를 감소시키고 정자의 숫자와 질을 악화시킨다. 커피는 기형 정자 비율을 높이고 숫자, 운동성을 증가시키지만 수정 능력은 감소시킨다.

식단의 경우 토마토와 호두를 섭취하는 것이 정자 활동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 토마토에 함유된 리코펜 성분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증가시키고 기형 정자도 개선한다. 리코펜은 산화 스트레스를 막아 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수박, 석류, 자몽에도 많다. 그리고 호두에 포함된 식물성 오메가 지방산이 정자의 활동성, 생존율, 형태의 개선을 가져온다.

검사상 정상 범위더라도 원인 불명 불임의 경우 최상의 상태로 몸 상태를 끌어올려 임신 확률을 높여야 한다. 또한,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부부가 함께 치료를 받는 것이 불임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배광록 원장 (한의사/한방내과전문의)>

<참고문헌 = 신동혁 외 6인. 녹용 추출물이 인간 정자 운동성에 미치는 영향. 한국수정란이식학회지(2002) (Jo, Junyoung, et al. "Traditional Korean medicine for female infertility: A review of results from infertility support programs in Korea."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