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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 육아

심리과학자들은 인간의 출생 시기부터 시작하여 대략 초기 청소년기인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6학년 정도까지의 발달단계들을 중요시했으며, 잘 알려진 프로이트에 의한 성적 발달단계에는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성기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단계는 각 단계에 주어진 해결 과제를 무난히 넘겨야 그다음 단계로의 성장이 이루어지며, 그렇지 못하면 일정 단계에 머물러 ‘고착’ 된다고 표현한다. 고착(固着)되면 성격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특정 시기에 고착될 경우 문제점이 발생한다. 물고 빨고, 의존적이 되어 과자 중독, 알코올중독, 담배중독 및 기타 심리적 의존성이 강하여 유치한 수준의 인격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구순기’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발생한다는 ‘남근기’는 유명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된다.

▲ 16개월에서 35개월, 항문기 (anal period)가 중요한 이유

성장기 발달과정 (프로이트 & 에릭슨)성장기 발달과정 (프로이트 & 에릭슨)

프로이트의 발달단계의 2번째 발달단계인 항문기. 이는 생후 1년 반에서 3년 사이의 기간을 말하는데, 배변의 괘감을 통해 리비도의 만족을 구하는 시기이다.

항문기에는 배변훈련을 하는 시기로 부모의 칭찬과 처벌을 통해 내적 충동의 만족에 대해 외적 억압이 체계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부모나 주위의 분별력 있는 도움과 격려는 자부심을 키우게 되지만, 과잉보호나 부적절한 도움은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

남근기나 구순기에 대한 정보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항문기’에 대한 관심은 적은 편이며, 일반인들은 항문기에서의 특징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대 사회, 문화, 과학이 발달할수록 다른 발달 단계보다도 ‘항문기 단계’에 있어서의 부적응 및 불만족 그리고 해당 시기의 미해결 및 고착으로 인하여, 청년기를 거쳐 성인기까지 이어지며 불거지고 있는 성격적 문제점들 매우 심각하다.

양보 없는 거래, 타협 없는 고집, 소통 없는 대화, 얌전하던 사람의 뜻하지 않던 공격성과 분노발작, 순간적인 자기 포기, 잘 되어가던 일을 임의로 망쳐버리기, 가학적일 만큼 인색함, 자학적으로 보일 만큼의 양보 따위의 일들이 바로 항문기의 비정상적인 완수과정과 연관이 있다.

이 시기는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갈등이 심한 발전의 단계이다. 아이는 부모의 요구 때문에 발생하는 갈등 문제를 원활하게 잘 다루어야 한다. 흥미롭게도 이 시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의 성패는 부모가 시행하는 배변 교육 중에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상호반응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

▲ 항문기의 배변 훈련 경험에서 부모와 상호작용 중요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

아이가 배변 방법과 시기를 잘 맞추었을 경우에 부모가 아이에게 칭찬과 보상을 해주어야만 이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 반면 부모가 아이를 놀리거나 벌을 준다면 아이들은 부정적인 방법으로 반응할 수 있다.

아이가 자신의 괄약근과 방광을 잘 사용하고, 또 그러한 사용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지고 오면, 긍정적인 경험으로 인하여 아이는 자율적이고 경쟁력 있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다. 또한, 자존심과 권위를 가지고 타인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이루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엄격한 배변훈련이 이어진다면 아이들은 저항을 통해 자율적이고 편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배변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자신의 변과 소변을 내보내지 않고, 몸에 지닌 채 부모와의 기(氣) 싸움에 진입하게 된다.

자신이 뱃속에 가득 가지고 있는 변과 터질 듯한 방광을 인질로 삼고 부모와의 일촉즉발의 대립 대세에 돌입하게 된다. 즉, 변이 아이의 거래수단으로 전락해 버린다는 것이다. 고로, 고집스러움, 인색함, 타율적인 상황에 대한 반항심, 자기 학대적, 가학적 심리 등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항문기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음의 경우처럼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우며, 인색하며 결벽적이므로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질서정연하고 규칙적이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그와는 반대로 완전히 무질서하고, 저저분한 분위기 아래서만 안정감을 느끼는 그러한 성격으로 자라날 수도 있다.

최근 일어난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사건'은 다른 곳도 아닌 공중화장실에서 벌어진 것과 가해자가 상당 기간 불편한 화장실을 숙소를 사용했던 것 등이 우연히도 우리가 발달학적 용어로 사용하는 ‘항문기’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며, 화장실이 주된 무대가 된 사건이라는 점은 오늘날 우리에게 연관성도 있고 또 아이러니하기도 한 그 무언가의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 국민 중 성인 연령층이 된 사람들이 앓고 있는 다양한 정신병리의 양상을 보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현황을 보았을 때 아이들이 항문기 단계를 잘 보내는 것 또한 가정의 중요한 역할임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글 =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최성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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