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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최근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을 비롯하여 각종 테러 사건으로 인해 수백 명씩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흔히 접하게 된다. 이러한 사건들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라우마는 일반적으로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건에 의해 발생하지만, 직접 겪은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있다.

테러 사건의 생존자뿐 아니라 각국의 많은 사람이 뉴스를 통해 테러 사건들을 접하면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세월호’ 사건도 그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당시 많은 국민이 세월호 사고를 '대리 외상'으로 경험하면서 마치 자신의 가족을 잃은 듯한 슬픔에 빠지거나, 바다만 보면 눈물이 나고, 여객선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였다.

슬픔에 잠겨 눈물 흘리는 여자슬픔에 잠겨 눈물 흘리는 여자

우리는 항상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스트레스의 크기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면 가벼운 자동차 접촉사고 이후 별일 없이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사고 생각이 나 운전을 전혀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크고 작은 사고 이후 반복적으로 그 일이 생각나거나 그와 관련된 꿈을 꾸고, 나도 모르게 멍해지거나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는 증상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라 부른다.

Big T & Small T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서의 외상은 ‘트라우마’를 말하는데, 트라우마는 그 정도에 따라 Big T와 Small T로 나눌 수 있다. Big T는 직접 생명을 위협받았거나 혹은 그런 광경을 목격한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테러나 자연재해, 사고, 성폭행, 강도 등의 사건을 들 수 있다.

반면 Small T는 어렸을 때 크게 혼났던 일, 실망한 부모님의 눈빛, 냉랭한 부모님의 한마디 등 다소 일상적인 경험 중 마음에 상처로 남는 사건들을 말한다. 언뜻 보면 Small T에 속하는 경험들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 같은 작은 사건들이라 트라우마라 부르기엔 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사건들을 자주 겪게 되면 결국 자아의 성장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남기기 때문에 복합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행하기도 한다.

내 의지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

괴로워하는 여자괴로워하는 여자

‘이제 그만 잊어버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흔히 듣는 충고이다. 많은 사람이 트라우마를 본인의 의지로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트라우마로 인해 편도체, 해마 등 뇌 구조가 변하면서 생긴 하나의 '질환'이므로 본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약물치료를 통해 우울감, 불안감 등의 증상을 완화하고 상담치료를 통해 안정감을 향상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은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깜짝깜짝 놀라는 것, 자꾸 괴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편도체라는 뇌의 영역이 과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으로 약물치료를 통해 편도체를 안정화할 수 있다.

트라우마, 꺼내야 하는 이유

트라우마를 꺼내는 것은 치료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이는 트라우마를 안전한 장소(진료실 내)에서 재경험함으로써 그 기억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이론에서 비롯된 기법으로 더는 그 사건을 트라우마로 기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렬한 트라우마를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트라우마에 압도되어 현재의 삶(진료실 밖)이 무너질 수도 있으므로 충분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트라우마는 이미 지나간 과거이기에 되돌이킬 수 없다. 사건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내가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다.

<글 =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김슬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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