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온몸이 쑤시고 아픕니다. 진통제도 소용이 없어요”
“엑스레이도 찍고, 혈액검사도 해봤는데, 통증의 원인을 찾지 못했어요”
“계속 아픈데 병원에선 모르겠다고 하니, 꾀병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속상합니다”

주위에 보면 만성전신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저기 병원을 돌아다니며 X선 검사,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해보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진통제를 복용하지만, 효과가 없다. 자기는 아파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다며 무시해버린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만 쌓이고 통증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섬유근육통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3개월 이상의 만성 전신 통증, ‘섬유근육통’

섬유근육통이란 3개월 이상의 만성 전신통을 가지고 있으며, 피로감, 수면장애,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도 같이 동반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질환의 발병률을 보면 여러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내과 외래나 류마티스내과 외래환자의 약 10% 정도로 추정되며, 5:1 정도의 비율로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연령별로는 30세에서 55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어깨를 만지는 있는 여성어깨를 만지는 있는 여성

□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할 정도로 척추를 포함한, 양쪽 팔, 다리에 걸친 통증이 있다.
□ 경우에 따라 등, 허리, 손가락과 같은 특정 부위의 통증을 더 심하게 호소한다.
□ 아침 기상 후 근육 경직과 무릎과 발목이 시리고 저린 증상이 동반된다.
□ 손가락과 발가락의 관절이 부어서 반지를 빼거나, 신발을 신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 날씨 영향을 받는데, 겨울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여름철에 증상이 심해진다는 경우도 있다.
□ 환자의 80%는 중증도 이상의 피로를, 65%는 잠들기가 어렵고 자주 깨는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 편두통, 긴장성 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등과 같은 증상들도 흔히 동반된다.

섬유근육통의 발병기전과 병태생리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추신경계통의 통증조절이상이 섬유근육통의 기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섬유근육통 환자들의 뇌영상 소견들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정상인과 다르게 통증 조절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이상 소견을 보이고 있었다.

◆ ‘섬유근육통’의 진단법

섬유근육통의 진단은 1990년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제시한 분류기준을 진단근거로 사용해왔다. 1990년 분류기준에 의하면 섬유근육통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전신통증이 있으면서 18군데의 압통점 가운데 11군데 이상에서 압통을 호소할 때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1990년 분류 기준은 극단적인 심한 상태의 환자만을 섬유근육통으로 분류했다는 점과 압통점 검사가 자칫 근육 자체에 문제가 있어 섬유근육통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또한, 섬유근육통의 통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섬유근육통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수면장애, 피로, 신체증상과 같은 섬유근육통의 주된 증상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이들 증상이 진단 기준에 포함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 시키기 위해 2010년 미국류마티스학회에서 섬유근육통의 새로운 진단기준을 발표했다. 이 진단기준은 두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는 전신통증지수(widespread pain index), 두 번째는 증상중증도척도(symptom severity scale)이며, 이 두 가지 점수를 확인하여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하게 된다.

전신통증지수 = 우리 몸에서 통증이 있는 부위를 표시하여 통증부위 개수에 따라 점수를 계산한다. 통증 부위는 흉부, 복부, 등의 위, 등의 아래 등 4개 부위와 견갑대, 상완, 하완, 둔부, 하지 상부, 하지 하부, 턱의 통증 부위를 각각 왼쪽과 오른쪽으로 구분한 14개를 합해 총 18개 부위로 구분된다.

증상중증도척도 = 피로, 잠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기억력이나 집중력 정도, 다른 신체증상들의 정도를 점수화하여 계산한다.

섬유근육통은 다양한 임상 증상을 갖기 때문에 감별해야 할 질환들이 많다. 즉,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에 대한 검사가 먼저 이뤄져 다른 원인이 있다면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예로 갑상선저하증, 류마티스다발근통(polymyalgia rheumatic),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의 초기 증상도 섬유근육통과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그리고, 쇼그렌증후군과 베체트병은 많게는 환자의 50%에서 섬유근육통이 동반되기 때문에 이들 환자에서는 섬유근육통의 동반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약물요법, 운동요법, 인지행동요법으로 ‘섬유근육통’ 치료

김해중앙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김해중앙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

△ 김해중앙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

약물요법 = 섬유근육통은 중추신경계와 척수에서 통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감소되어 있다. 반면 뇌 척수액에서는 물질P(substance P)와 같은 통증전달물질이 증가되어 있다. 결국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약물과 물질P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치료한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주로 항우울제로 알려져 있는데 삼환계 약물(e.g. amitriptylline),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e.g. fluoxetine),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e.g. duloxetine, milnacipran) 등이 있다.

물질P를 감소시키는 약물로는 프리가발린(pregabalin)제제가 있다.

그 외 진통제인 트라마돌(tramadol)은 아편유사체이지만 섬유근육통에 효과적인 것은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진통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통증 이외의 다른 증상들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불면증에는 졸피뎀(zolpidem)과 같은 수면제를 사용한다거나, 뻣뻣함에는 사이클로벤자프린(cyclobenzaprine)과 같은 근육이완제 등을 사용해볼 수 있다.

운동요법과 인지행동요법 = 비약물 치료로는 여러 가지가 제안되었지만, 효과가 입증된 것은 운동요법과 인지행동치료이다. 운동은 통증과 피로를 감소시키고 우울감과 삶의 질을 개선시키며 체력을 의미 있게 향상시킨다. 하지만 운동을 중단하면 통증 감소 효과는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이 섬유근육통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처음부터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로 증상을 어느 정도 호전시킨 후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지행동치료는 정신과적 치료로 조작 조건화와 관찰 학습을 통해 행동을 바꾸게 하는 기법이다.

섬유근육통은 자기는 고통스럽지만 남이 잘 알아주지 않아 괴로운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증상을 완전히 좋아지게 하는 치료법도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이러한 병에 걸려있는 것을 인정하고 운동, 스트레스 관리, 숙면 등 스스로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물론, 약물 치료와 같은 보조적인 치료가 도움될 수 있을 것이다.

<도움말 = 김해중앙병원 류마티스내과 강진영 과장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선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