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물약물약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셨던 아저씨입니다. 이분은 엉치뼈에서 다리가 저려 저한테 주사치료와 물리치료를 받는 분인데 1회의 주사치료 후 증상이 50%정도 완화되어 경과 관찰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오시더니 물약은 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 딸이 간호사인데 병원에서 가끔 약 성분이 없는 물약을 환자한테 준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플라시보효과를 위해 주는 약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저씨 별것을 다 아시네요. 그런건 환자가 몰라야 되는데요~” 하면서 웃었더니 정말로 자기한테는 진짜 약을 달라는 것입니다.

결국 아저씨는 제 옆에서 제가 약을 개봉하고 주사기를 재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침대에 누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뒤에서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혹시 자신이 누운 사이에 약을 바꾸진 않을까 걱정하시는지 누워서도 저를 계속 지켜보고 있더군요. 오래 다니신 분이라서 절 믿지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자기는 정말로 아프니까 주사를 제대로 맞고 싶다고 몇 번을 강조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사전상의 의미를 보면 독도 약도 아닌, 약리학적으로 비활성인 약품(젖당 ·녹말 ·우유 ·증류수, 생리적 식염수 등)을 약으로 속여 환자에게 주어 유익한 작용을 나타낸 경우를 말합니다. 현재 비교연구에 의해 의약품의 치료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라시보의 어원은 ‘만족시키는’, ‘즐겁게 한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입니다. 서양에서는 플라시보의 유효율이 약 30%라고 하며, 과학적인 플라시보 효과 판정법에는 이중맹검법(二重盲檢法)이 있습니다. 투여하는 의사 쪽에도 플라시보인 것을 알리지 않고 결과를 조사하는 방법으로, 서양에서는 상식화된 검사입니다. 예를 들면, 환자를 두 그룹로 나누어 한 그룹에 시험하는 약품을 다른 그룹에 가짜 약을 줘 그 감응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아저씨! 이 주사는 정말 비싼 주사고요, 정말 효과가 탁월합니다. 그러니까 믿고 맞으셔도 됩니다!” 결국 저는 또 다른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저씨는 주사치료 후 3일째 휘파람을 불면서 진료실에 들어오십니다.

우리는 가끔 선의의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환자들에게도 가끔은 정말 효과가 좋으며 “제 말대로 하시면 좋아 지실 겁니다” 하면서 환자들을 안심시키려 노력 합니다. 환자분도 제게 치료를 받으면 더 잘 낫는것 같고 편안해진다고 칭찬을 해주시니 오랜만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오늘은 아저씨의 플라시보효과에 제가 당한 것인가요? 어찌되었던 이런 긍정적인 플라시보는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해야겠습니다.
지안재활의학과 김주현 원장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주현 HiDoc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