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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 육아

90년대 후반부터 시행돼 온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가운데 10명 중 1명이 셋째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셋째 아이의 비율이 10.95%를 차지했다.

아기아기

출산률이 최저로 떨어졌던 2005년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2005년 당시 출산율은 1.08명. 만혼(晩婚)이 늘어나고 사회 전반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출산율은 바닥을 밑돌았다.

♦ 60, 70년대 ‘낳지 마라’
좀 더 과거로 내려가 보면, 1960년대에는 출산율이 6명에 가까웠다. 정부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등의 표어를 설파하며 저출산 정책을 실시했다.

70년대포스터70년대포스터

이와 더불어 1970년대에는 가족계획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웠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등의 표어가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아들을 바라며 아이를 더 낳는 가정이 많았던 탓이다. ‘말년이’ 혹은 ‘말순이’ 등의 이름에는 부모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었다.

이 시기 각 지역 보건소에서는 사람들을 모아 피임법을 가르치고 피임도구를 나눠줬다. 70년대 배경인 영화 속 ‘마을회관 에서의 피임법 교육 장면’이나 ‘출산율 0% 마을 잔치’ 등은 웃음을 위한 설정이 아닌, 실제 일어난 일이었다. 자녀가 2명 이하이면서 불임수술을 받은 남성에게는 공공주택 분양 우선권, 입주권 등을 주기도 했다.
<그림- 60,70년대 산아제한정책 포스터>

♦ 90년대 1.6명까지 줄어, 다시 ‘많이 낳자’
두 자녀도 많았을까? 80년대에는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등의 표어가 등장했다. 이런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며, 80년대만 해도 2.8명이던 출산율은 90년대 들어 1.6명으로 줄었다. 셋째의 비율은 1991년 6.86%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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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정부의 저출산 정책이 자리를 잡자마자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대두됐다. 노인 인구는 늘어가는 반면, 아동‧청소년 인구는 적어지는 이른바 ‘저출산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구정책은 이때부터 다시 ‘많이 낳자’로 돌아섰다. 2000년대에는 ‘혼자는 싫어요. 동생을 갖고 싶어요’, ‘두 자녀는 행복, 세 자녀는 희망’ 등의 표어가 등장했다.
정부에서는 임신부의 의료비를 보조하고, 보육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출산 장려책을 펴기 시작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셋째, 넷째, 다섯째 등 자녀 수에 따른 경제적 지원에 적극적이다.
<그림- 80년대 산아제한정책 포스터>

♦ 인구 감소, 경제 성장 둔화… 나라 없어질 수도
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 생산가능인구,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경제능력이 없는 노인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부양부담도 자연히 증가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50년 뒤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41.1%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주요 14개국 중 단연 1위다.

더 나아가면, 나라가 사라질 수도 있다. 국민이 없는 나라가 있을 수 없는 탓이다. 시골의 초등학교가 학생이 없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셋째 출생아가 5만 명을 넘은 것은 10년만이고, 10.95%는 1984년 이후 최고치다. 셋째가 늘어난 소식이 반가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힘들어… 사회가 변해야 할 때
전문가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부가 다자녀 가정에 재정적인 문제에 도움을 줌으로써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에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만큼 육아휴직을 비롯한 보육정책, 교육제도 개선 등 사회적인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김성희(35.서울 용산구) 씨는 “둘째를 낳기로 결정은 했지만, 아직도 걱정이 많다”며 “요즘 청소년들의 범죄와 대학 등록금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낳는 것은 아닌가 싶어 고민이 된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셋째 아이 증가 소식은 분명 좋은 소식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고 이를 지속적인 수치로 이어가기 위해, 사회와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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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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