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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진료진료

외래에서 진료하다 보면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명을 잘하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진단을 내리기가 매우 쉽습니다. 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그냥 막연히 몸이 아파서 왔다는 환자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증상이 애매한 분들은 정말 난감해집니다.

특히 비 오는 날이나 추운 날이면 외래에는 정말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난감한 분들이 많이 옵니다. 아마도 날씨와 몸의 여러 신체 증상들이 서로 관련이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제게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분이 있었습니다. 손 저림증을 앓았고 이에 필요한 좌측 상지를 검사하며 질문을 하는데도, 환자분은 이것저것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우측 팔도 아프고 저린데 좌측 어깨는 왜 아프냐? 전에 피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했는데 그건 왜 그러냐? 내 친구도 같은 증상인데 어디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나았다고 해서 나도 갔었는데, 난 하나도 개선된 게 없다, 디스크가 심하다고 했는데 개선이 되느냐? 수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팔을 다쳤는데 그것 때문은 아니냐?

제가 검사를 하면서 팔이 저린 부위가 어떤 양상으로 저린 지, 통증을 더 유발하는 자세나 완화하는 자세에 대해 물어봐도 제 질문은 안중에 없습니다.

환자분의 말을 들어 주면서 척골 신경 검사를 했는데 신경의 진폭이 작기는 했지만, 정상이어서 큰 이상은 없겠지 하면서 바늘 검사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바늘 검사를 하는 동안에도 환자분이 제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척골 신경이 지배하는 근육에 다시 한번 바늘 검사를 진행해 봤습니다. 중간마다 환자의 증상에 일관적인 경향이 있어서 주의 깊게 검사를 다해 해본 결과 정말 척골 신경 병변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의사도 사람인지라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본인의 모든 증상을 한꺼번에 쏟아내게 되면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외래에서 대기 환자가 많을 때에는 도대체 어느 부위부터 어떻게 아픈지를 판단하기 힘들게 되며 원래 이렇게 여러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이겠거니… 하는 경향이 발생합니다.

진료진료

간혹 이런 경향의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서 ‘신경성’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아마도 이런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환자들도 본인이 왜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는 되도록 정확하게 표현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만일 말로 하는 것이 어렵다면 자신의 증상을 자세하게 적어 놓는 것도 좋습니다. 시기별 혹은 증상별로 기록해 두고 의사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환자분이 좀 더 본인이 병원을 오게 된 이유와 증상을 잘 말할 수 있다면 의사도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진찰이 끝난 후에 다른 질문도 할 수 있고 좀 더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해집니다.

좋은 의사를 만나는 방법은 좋은 환자가 되는 방법을 숙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답니다.

김주현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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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HiDoc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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