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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오늘은 인근 초등학교의 운동회 날입니다. 오전에 발을 다쳐서 운동회에 가지 못한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알려주었지요.

그런데 약 2시간 뒤에 30대 후반의 남자가 다리를 절면서 들어옵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밖에 안 하던 아빠가 아들 운동회에 참석해서 아빠들의 달리기 대회에서 일등 하려고 무리하게 달리다가 허벅지에 통증이 생겨 병원을 찾은 것입니다. 엎드려서 두 다리를 비교해보니 한쪽 다리의 근육이 더 꺼져 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역시나 햄스트링 근육 중 외측에 있는 근육이 부분적으로 파열됐습니다.

이 분을 보고 나니까 그간 병원에 오셨던 많은 남자 환자들이 생각납니다. 대부분 과도한 승부욕으로 부상을 당해 적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개월을 고생한 사람들입니다.

골프골프

4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던 어떤 남자 환자분은 골프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골프가 운동이 아니라 접대가 되는 경우가 많고, 골프 후에 술을 많이 먹게 되어서 오히려 골프를 하고 나면 몸만 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친구들끼리는 내기 골프를 치게 되고 돈이 좀 걸리다 보니까 무리하게 된답니다. 결국 이 분은 친구들과 내기 골프를 치다가 공을 멀리 보내려고 크게 스윙을 했고 잔디를 너무 세게 치면서 왼쪽 어깨의 근육이 파열되어 약 두 달간 어깨를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또 20대 후반의 직장인이었던 어떤 남자 환자분은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데 평소 동호회에서 열심히 야구를 하지만 타격 부분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부족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타이어를 묶어 놓은 곳에서 타격 연습을 엄청나게 했다고 합니다. 타이어를 걸어 놓고 마치 공처럼 타격 연습을 한 것입니다.

수백 번을 치고 시합에 들어갔는데 자기는 외야수인데 마침 공이 자기한테 날아와서 공을 잡아 3루로 송구하는데 갑자기 뚝 소리가 나더니 오른팔이 밑으로 툭 하고 떨어지더라는 겁니다. 이 분은 결국 상완골 골절로 수술을 받았고 요골 신경이 마비되어 현재는 신경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타격을 하는 도중 뼈에 미세 골절이 생겼고, 멋진 송구를 위해 힘을 써서 던지는 순간 뼈가 나선형으로 골절된 것입니다.

50대의 구두를 만드는 전문 기술자분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평소 30대와 체력이 비슷하다고 자부해서 그날 오전에도 열심히 축구를 하면서 젊은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고 멋지게 드리블을 하면서 달렸다고 합니다. 태클을 걸고 들어오는 선수를 피하지 않고 공을 빼보려는 순간에 허벅지를 강타당했고, 이후 보행이 어려워져서 내원했습니다. 다행히 뼈는 이상이 없었지만, 허벅지 근육 주위 인대 파열로 한 달간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이 분은 젊은 사람들보다는 자기 나이에 맞는 사람들과 축구를 한다고 합니다.

평소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40대 후반의 아저씨는 대학교 동호회와 연습시합을 하게 됐습니다. 장비를 과신하기도 했고 동호회에서 나이는 제일 많지만, 투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날아오는 퍽을 피하지 않고 몸으로 막아보려 했습니다. 그 순간 힘이 좋은 젊은 선수가 친 퍽에 하키 스케이트 앞부분을 강타당해 발가락이 골절됐고 한 달 반을 그 좋아하는 아이스하키를 쉬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실력 좋은 선수가 때리는 퍽을 온몸으로 막으려고 하지 않고, 피하는 게 오래 사는 길이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합니다.

탁구를 좋아하는 40대 남자 환자분은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서 고등학생 선수와 연습시합을 하게 됐습니다. 고등학생 선수가 짧게 친 탁구공을 이때다 하고 스매싱을 멋지게 하려고 몸을 날려 스윙을 하다가 탁구대 모서리에 허벅지를 찧어서 5cm나 찢어졌고, 상처를 꿰매야 했던 아저씨는 이제 모서리만 봐도 오금이 저리다고 합니다.

산악자전거산악자전거

본 병원 환자는 아니지만 다른 병원 환자분 중에 50대 아저씨는 산악자전거를 좋아하는데 실력이 좋아서 동호회 어느 젊은 회원보다도 가장 빨리 산에 오른다고 합니다. 날씨가 더웠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고 평소와 같이 쉬지 않고 정상까지 달려서 제일 먼저 도착을 했으나 탈수로 과도한 심박동수에 도달해 심근경색이 왔고, 다른 동호회 사람들이 올라갔을 때는 이미 싸늘하게 사망한 상태였던 분도 있었다고 합니다.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이면 간혹 40~50대 남자가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체력만 믿고 10km 달리기를 우습게 본 결과입니다. 같은 중년의 남자로서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지나가는 뉴스로만 보기에는 너무 현실이며, 필자도 늘 과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남자들이 승부욕으로 인한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경우는 아주 많으며, 이들의 공통점은 운동을 꾸준히 했던 분들이 부상을 더 많이 입었다는 겁니다. 운동을 꽤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체력이나 실력에 자만했고, 자기보다 좀 더 실력이 나은 사람들과 경쟁하려고 했었던 분들이나 왕년에 실력이 좋았었기 때문에 현재의 자기 상태보다 더 무리하게 운동을 했던 것이 부상의 원인이었습니다. 오히려 운동을 전혀 안 했던 사람들은 아주 큰 부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적었던 면도 있습니다. 사실 열거한 남자들 중에 필자도 있습니다.

운동은 즐거워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운동을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부상 없이 즐겨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했으면 합니다. 필자도 한 번의 부상 이후 이제는 안전하게 운동을 하고 있으며, 몸 상태가 다소 피곤하다 싶으면 그날은 운동을 쉬거나 절대 무리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또 나를 과신하기 위한 운동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엔도르핀 상승, 기분전환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나 면역력 확보에 운동의 목적을 둔다면 과욕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자 분들에게 묻습니다. 지나친 승부욕이 나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하고 말입니다.

지안재활의학과 김주현 원장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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