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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대학교 2학년인 A양은 올해 휴학 중이다. 수업 중 조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을 피하면서 학교생활 자체에 적응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두려웠던 그녀는 학교를 휴학하면서 외출도 거의 하지 않게 됐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우울증도 생겼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조용하고 얌전하다고 평가받던 A양은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갑자기’가 아니다.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A양은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책 읽기를 시키면 너무 긴장이 돼 제대로 읽지 못한 일이 많았다.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는 말도 잘 못하고 심하게 떨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모두 수줍음이 많은 탓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자신의 증상이 사회불안장애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지났다.

공포를느끼는여성공포를느끼는여성

발병 후 치료까지 10년, 문제인식 부족
누구에게나 긴장되고 불안한 상황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면접을 보기 전이라던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할 때 등이다. 약간의 긴장은 오히려 일을 잘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긴장과 불안이 심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주면 병으로 봐야 한다. 바로 대인공포증, 사회공포증, 사회불안증 등 다양한 병명으로 불리는 사회불안장애이다.
성균관대 의대 정신의학과 오강섭 교수는 “긴장이나 불안, 두려움이 사회적 활동에도 피해를 준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중 13명은 일생 동안 한 번 정도 사회불안장애 증상을 겪는다. 발병 시기는 10대, 평균나이 15.5세다. 발병 후 치료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생활 이전에는 질병으로 인식되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최대 80%는 우울증 함께 겪어
사회불안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 대화가 힘들다. 긴장 상황이 되면 심할 정도로 떨리고, 땀이 난다. 얼굴도 심하게 붉어진다.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 한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공중화장실도 이용하지 않는다. 남 앞에서 글씨도 못 쓰고, 연설이나 발표도 두렵다. 지난해 종영된 ‘보스를 지켜라’는 드라마에서 남자주인공이었던 지성이 극중 앓았던 질환이다.

사회불안장애의 특징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거의 불가능하다. 완벽주의나 강박적 성격, 부모와의 격리, 분리불안, 창피한 경험 등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보수적이거나 경쟁적 가정 분위기, 과잉보호도 원인 중 하나다.

사회불안장애 환자의 최대 80%는 우울증, 50%는 공황장애 등 2차 증상을 동반한다. 그 밖에 알코올이나 약물 등에 중독되는 사례도 흔하다.
임상연구에서는 남성의 발병률이 높지만, 일반역학조사에서는 여성에게 2, 3배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성격이라 여기며 치료를 받는 일이 드물지만, 남성은 사회적 고통이 심해 치료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회피를 만들고, 회피는 불안을 강화시키는 악순환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대개 불안과 회피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균관대 의대 정신의학과 임수환 교수는 “두려움과 불안은 회피를 만들고 회피는 두려움과 불안을 강화 시킨다”며 “이런 과정에서 은둔형 외톨이나 게임중독 등의 성향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상담을 비롯한 인지행동치료가 함께 이뤄진다. 약물치료는 불안을 완화시키고, 상담치료는 회피상황을 줄여주는 역할이다.
약물치료의 특징은 최소 12주는 복용해봐야 한다는 것. 8주까지 약물치료 효과가 없었던 27.7%에서 용량 증가 없이 4주 더 복용하자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사회불안장애의 약물치료반응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인자는 오직 충분한 치료기간 뿐이다(Stein et al. 2002)’는 한 연구논문의 맺음말은 많은 의료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상담치료는 감정과 사고를 다스리고 불안과 두려움에 적극적으로 대응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상담과 집단치료, 인지행동치료도 병행한다. 가령 불안해 보이는 것이 꼭 바보 같아 보이는 것은 아니라거나, 남들은 당신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지시켜 주는 것이다.

상황의 경우에는 발표나 연설이 두렵다면 처음에는 인사부터 시작하는 등 차츰 적응해 나가는 훈련을 반복한다.
임수환 교수는 “사회불안장애의 치료는 불안과 두려움의 상황에 자주 노출함으로써 불안 상황을 반복 연습하며 극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개 정신의학과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행동치료 일부를 제외한 약물치료 등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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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의학전문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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