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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탈모를 겪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숱이 줄어드는 머리카락에 한숨과 걱정도 늘어간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처럼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자랄 수만 있다면 좋다는 건 뭐든지 일단 시도해본다. 탈모샴푸 사용과 검은콩과 검은깨 복용은 기본이고 두피에 왕소금도 문질러보고 심지어 애견 전용 샴푸도 사용한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한 TV방송에서 가수 손진영은 “애견 전용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고 들었다”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로 충격적인 발언이지만 탈모로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혹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천만 탈모인이 한번쯤은 사용해 봤을 탈모샴푸와 모발이 자라기만 한다면 애견 전용 샴푸 사용도 고려하겠다는 탈모인들의 현실, 과연 이런 샴푸들이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 애견 전용 샴푸 살충성분 등 인체에 해로운 성분 포함

목욕하는 강아지목욕하는 강아지

강아지 목욕에 사용되는 애견 전용 샴푸는 어쩌다가 ‘탈모 특효약’으로 탈모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을까? 십여 년 전 한 오락 방송에서 애견 전용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 내용이 소개되면서 발 빠르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방송에 소개된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 때의 내용을 궁금해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별다른 부작용은 없는지를 묻는 질문들을 인터넷 검색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애견 전용 샴푸는 온 몸이 털로 덮여있어 털빠짐이 심한 애견들의 털빠짐을 방지해주고 털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벌레들을 막아 피부를 보호해주는 용도로 사용된다. 여기에 프로테인이라는 고분자 유기물인 단백질과 라놀린이라는 오일로 이루어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샴푸에 비해 많은 영양을 모발에 공급해 모발이 빨리 자라게 해준다는 것이다.

언뜻 원리만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이 조금 더 빨리 자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또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에견 전용 샴푸 성분 중에는 살충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견 전용 샴푸에는 강아지들의 털에서 기생하는 세균과 진드기, 벌레를 퇴치하기 위해서 샴푸에 약간의 살충제를 함유하게 되는데 이 살충성분이 사람의 두피에 닿게 되면 탈모를 고치기는커녕 더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애견 전용 샴푸에서 세정 작용을 하는 항생제, 항진균제 이외에도 클로로헥시딘과 살리실산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귀에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로 귀에 닿게 될 경우 이명 및 청각손실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개와 사람의 피부와 모발은 전혀 다른 성질로 샴푸 또한 다른 기능을 하므로 탈모를 위한 애견 전용 샴푸 선택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 탈모 전용 샴푸, 믿고 써도 될 만큼 효과적일까?

해마다 매출상승을 이어가고 있는 탈모전용샴푸는 어떨까? 탈모가 생겨서 혹은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 집집마다 한 개쯤은 사보고, 혹은 열심히 사용중인 탈모샴푸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디자이너 최모씨(34세, 남)는 직업상 늘 야근에 밤샘 작업이 많고 끊임없는 스트레스 때문에 몇 년 새 수북했던 머리숱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비듬도 많아지고, 두피도 가렵기 시작하자 고민하다 홈쇼핑에서 탈모샴푸를 구입했다. 우연히 보게 된 홈쇼핑 광고에서는 탈모샴푸를 꾸준히 사용하면 두피개선의 효과가 있어 비듬이 사라지며, 발모효과까지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이를 본 최 씨는 당장 주문했다. 하지만 수개월 간 열심히 머리를 감고 관리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여전히 두피는 가려웠고 아침이면 베개와 이불에 빠진 머리카락이 수북했다.

최 씨처럼 탈모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탈모샴푸를 구입해 사용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 탈모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약 70%의 환자들이 “병원치료를 받기 전 탈모샴푸를 사용해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탈모샴푸를 사용한 후의 탈모감소 및 발모증진 효과에 대해서는 90%의 환자들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이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탈모샴푸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의 기능성 샴푸일 뿐 ‘탈모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무작정 탈모샴푸를 사용하는 것은 탈모를 가속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탈모샴푸를 치료제라고 오인해 장기간 사용하다 초기의 탈모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많다. 반드시 자신의 두피상태를 점검해보고 적절한 탈모치료를 초기에 받아야 본격적인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시중에서 불티나게 판매되는 탈모샴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탈모방지, 발모효과, 모발재생 등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되고 있는 제품이 많다. 하지만 식약청 자료에 의하면 일반 샴푸나 화장품에 이러한 표현을 사용해 광고할 수 없다.

탈모방지 및 양모효과를 광고하려면 의약외품인 양모제로, 탈모증 치료 등을 표방하려면 반드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탈모샴푸로 탈모방지와 발모효과를 보고 싶다면 의약품 허가를 받은 치료용 샴푸를 구입해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이 역시 의학적인 탈모 치료를 병행할 때 효과적이다.

탈모치료의 시작은 샴푸나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들이 아니다. 반드시 전문의와의 치료상담을 통해 자신의 탈모 정도를 파악하고 먹는 약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연세모벨르피부과 박진모 원장 (피부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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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모 피부과 전문의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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