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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고양이는 몸을 핥는 그루밍을 통해 스스로 청결을 유지하는 습성이 있다. 혓바닥의 거친 면으로 털을 고르게 빗고, 빠져나온 털을 삼키는 것이다. 고양이의 털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대변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그런데 미처 배출되지 못한 털이 장 속에서 엉키고 뭉치면 ‘헤어볼’이라는 덩어리가 형성될 수 있다. 고양이의 몸속에 쌓인 헤어볼은 고양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양이가 그루밍 중 섭취한 털이 장 내에 쌓이면 헤어볼이 생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고양이가 그루밍 중 섭취한 털이 장 내에 쌓이면 헤어볼이 생긴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구토 유발하는 배 속 헤어볼, 잦다면 장 질환 의심
대변으로 빠져나오지 못한 헤어볼은 구토를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섭취한 사료 등과 함께 토해내면서 손가락 굵기의 갈색 덩어리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대변을 토한 것처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토해낸 헤어볼은 털이 단단히 뭉쳐 있고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대변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루밍을 꾸준히 하는 고양이의 특성상, 헤어볼 구토는 대부분의 고양이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털갈이를 하는 환절기에는 털 섭취량이 늘어나는 만큼 장 내 헤어볼도 자주 생기고, 헤어볼 구토도 잦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헤어볼을 주 2회 이상, 월에 3~4회 이상 자주 토해내는 경우에는 장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미국 수의학협회 저널(JAVMA)에 게재된 ‘고양이 만성 소장 질환의 진단: 100가지 사례’ 논문에 의하면, 소장의 운동 기능 저하가 헤어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알라모 고양이 건강 센터(Alamo Feline Health Center) 게리 노스워디(Gary Norsworthy) 박사 연구팀은 염증성 장 질환(IBD)이나 림프종 등의 장 질환이 있는 경우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서 장 속에 과다하게 쌓인 털을 빼내지 못하고 과다한 헤어볼 구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어볼이 위장 건강 해쳐…폐렴, 장폐색 등 생명 위협도
이렇게 헤어볼 구토가 지나치게 잦아지면 위장 건강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다. 헤어볼을 토하는 동안 위산이 함께 역류하면서 고양이의 위와 식도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염이 발생하면 음식물의 정상적인 소화가 어려워지면서 사료를 토해내기도 하고, 만성화될 경우에는 피가 섞인 붉은색 토사물이나 담즙이 섞인 노란색 토사물을 뱉어내기도 한다.

또 헤어볼을 토하는 과정에서 토사물이 기도로 잘못 넘어갈 경우, 오연성 폐렴이 유발돼 고양이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헤어볼을 토해낸 이후 기침을 심하게 하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면 토사물이 기도나 폐로 넘어간 상태일 수 있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만약 헤어볼이 대변이나 토사물을 통해 제때 배출되지 못하고 지나치게 커지면 장을 틀어막으면서 장폐색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심한 변비, 식욕부진, 무기력증, 복부 부종, 체중 감소, 탈수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장폐색의 발견이 늦어지면 장이 꼬이면서 장 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이때는 수술로 장의 일부를 절제해야 하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만큼 평소 보호자의 관찰과 빠른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빗질로 털 섭취 줄여야…수분, 섬유질, 오메가3 등 섭취가 도움 돼
헤어볼은 과다한 털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털을 적게 먹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소한 주 2~3회 이상 털을 빗어 주면서 죽은 털을 미리 제거하면 고양이가 그루밍 과정에서 섭취하는 털의 양을 줄여 헤어볼 구토를 줄일 수 있다. 빗질을 할 때는 털이 자란 방향에 따라서 부드럽게, 5분 내외로 빗어 주는 것이 좋다. 장시간 거칠게 빗질을 하면 죽은 털 외에 아직 피부에 붙어 있는 털이 뽑히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또 평소 수분 섭취량을 늘리면 장의 활동을 개선해 헤어볼을 예방할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고양이의 변을 부드럽게 해 변비를 예방하고, 장 속에 남아 있는 털뭉치를 원활하게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 고양이라면 활동량을 늘려 물을 많이 마실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습식 사료를 급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헤어볼을 개선하는 사료나 영양제 등을 급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부분의 헤어볼 관리 사료에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섬유질은 대장의 운동을 촉진하고, 장내 유해 성분 등을 흡착해 대변으로 배출될 수 있게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또 오메가3 지방산 등 지용성 성분이 풍부한 영양제나 사료를 급여하면 지방이 장 내에서 윤활 작용을 해 장의 찌꺼기와 털이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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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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