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첨병(病上添病)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앓는 중에 다른 병이 겹쳐 난다는 뜻이다. 같은 의미의 좀 더 친숙한 우리 속담으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있다. 중년 이후 조루와 발기부전 증상이 함께 나타난 남성이라면 이 같은 말을 어찌 실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40대 이후 남성의 조루증은 발기부전 증상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추정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노화에 따른 전반적 생리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30대를 기점으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서서히 감소하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심한 경우 성욕이 저하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성 기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얼굴을 깜싸고 힘들어하는 중년 남성원래 사람의 신체 근육은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자연히 쇠퇴하게 되어 있다. 이를 폐용성 위축(廢用性萎縮) 또는 불활동성 위축이라고 한다. 음경 주변의 근육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남성의 요도와 항문 근처에는 사정관 폐쇄근이라는 작은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은 남성의 사정 조절 능력과 함께 발기력을 컨트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욕 감소 및 성 기능 장애로 부부관계 횟수가 줄어들면 사정관 폐쇄근 역시 신체 다른 근육과 마찬가지로 쇠약해지고, 이에 따라 사정 장애 및 발기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중·노년 남성에게서 조루와 발기부전 증상이 동반되는 이유로 추정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성관계 시 발기는 문제 없이 이뤄지지만, 만족할 만큼 충분히 유지가 되지 않으면 대부분 남성은 짧은 시간 내 사정을 유도하기 위해 과도한 물리적 자극을 가하게 된다. 이처럼 강한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다 보면 조루증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젊었을 때는 조루증이 없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조루증이 생긴 경우라면 여기에 해당할 확률이 높다.
이렇듯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조루와 발기부전이 동반되어 나타난 경우에는 두 가지 증상을 함께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조루든 발기부전이든 대부분 치료 목적은 건강한 성생활을 누리기 위함이므로, 단순히 한 가지 증상만 치료해서는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치료법은 환자 개개인의 증상 및 양상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경우라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과 동시에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를 복용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호르몬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치료법을 적용하면 체내 필요 이상 남성호르몬 농도가 높아져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 진단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
남성호르몬 농도가 정상인 상태에서 조루와 발기부전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라면 트리믹스와 같은 해면체 내 자가주사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해면체 내 자가주사요법은 말 그대로 성관계 전 남성이 자신의 음경 해면체에 약물을 직접 주사함으로써 일회성 치료 효과를 보는 방법이다. 원래는 발기부전 치료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한번 주사하면 최대 1~2시간 사정과 관계없이 발기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발기부전과 동반한 조루증에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트리믹스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긴 하나, 자칫 출혈이나 음경해면체 손상에 의한 만곡증, 지속발기증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의사 처방 과정에서 올바른 사용 방법을 교육받은 후 안전하게 이용해야 한다.
<글 = 트루맨남성의원 강남점 조현섭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