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작년에 재수를 실패하고 올해 삼수를 준비할 때부터 이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애살도 많았고 잘해야 겠다는 욕심도 많이 있었습니다. 학교 선생님, 학교 아이들, 부모님 등 주위분들께서도 저에 대해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저 스스로에 대해서도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좋다(책을 읽으면 그 페이지를 머릿속에 사진찍은 정도로 기억함)는 얘기도 많이 들었었고, 생각이 깊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습니다. 공부할때 집중도 아주 잘 되어서 한번 앉으면 3~5시간 정도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위의 내용처럼 어릴 때처럼 공부가 매우 잘 되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1. 24시간 항상 멍하고(그냥 뇌 자체가 없어진 느낌), 생각이 없고, 전혀 집중할 수 없고, 제 몸이 제 몸이 아닌 듯한 느낌, 꼭 남의 몸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2. 제가 움직이고 있는데 움직이고 있는 이 감각, 느낌이 잘 안 느껴집니다.
3. 특히 집 밖에 나가면 낯선 동네는 물론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걸을 때 조차도 제가 걷는 느낌은 하나도 안 들고 세상이 낯설고 저 혼자 동떨어져있는 느낌이 들어 밖에 나가기가 두렵습니다.
4. 항상 멍해서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어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합니다. '밥을 뭐 먹을까 어떤 커피를 마실까'와 같은 사소한 질문에도 답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5. 기억력이 너무 안 좋아져서 방금 들은 것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6. 글을 읽을 때 뭘 읽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 지 조차 알지 못합니다. 한국어로 되어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글자 자체가 잘 안 읽힙니다.
7. 갑자기 기분이 붕떠서 행동이 커지고(남들에게 티날정도로)바보처럼 왜 기분이 좋은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우울해져서 눈물이 줄줄 나와서 남몰래 자주 울었습니다. 이럴 때는 그냥 차도나 밖으로 뛰어들거나 뛰어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8. 엄청나게 게을러졌습니다. 항상 무기력합니다. 예전에는 남들이 말릴 정도로 철두철미하고 약간 완벽주의자였습니다.
9. 말을 할 때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인식할 수 없습니다. 그냥 입이 혼자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10. 혼자 횡설수설하는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11. 집에 아무도 없고 밖이 캄캄할 때 꼭 누가 쳐다보는 것 같고 꼭 누가 들어와 있는 것 같아서 보지도 않는 티비를 소리를 크게 해서 틀어 놓습니다. 이럴 때는 자주 두리번거립니다. 꼭 누가 있는 것 같아서요..(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너무 심해서 가족들이 같이 있어도 코 앞에 있는 불꺼진 방에 절대 못 들어갔구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현관문을 잠글 수 있을 만큼 꼭꼭 잠가놓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괜찮아졌는데 올해부터 다시 이러네요.)
12. 아침에 자고 일어날 때 저 스스로가 일어난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그냥 눈이 떠진다는 느낌입니다.
위의 증상이 생긴 이후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삶을 살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24시간 항상 저 상태입니다. 단 하루도, 단 한순간도 저 상태를 겪어보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이런 증상이 1년 동안 지속되다보니 타인에게 큰 실수를 타인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서 타인과의 만남을 계속 피하게 되고 혼자있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습니다.(옆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귓속말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제 욕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 사람을 잘 믿지 못합니다.)
지금은 새벽에 영어학원을 갔다와서는 거의 집에서 나가지 않구요, 일주일에 1~2번 정도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것이 저의 유일한 외출입니다.
곧 있으면 대학교도 입학하게 되어 공부도 해야 하고 인간관계도 있을 텐데 너무 걱정됩니다. 지금은 아무런 공부를 할 수가 없고,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무섭고 만날 수 없어서 어떻게 견뎌 낼지 너무 걱정이 됩니다.
예전처럼 정말 돌아가고 싶은데,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올해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두번 다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지속)을 2번 겪었습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 하루에 적어도 한번씩은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조이는 느낌이 자주들었습니다. 그리고 시험치고 나서 답안지를 돌리는 제 자신을 제가 옆에서 보고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의 삼수와 실패 때문에 지금 가족들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라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더욱 막막하네요.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고, 말 해봤지만 이해를 못 하시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