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 아버지에 대해 상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1월이면 만 70세가 되십니다. 저희 가족은 아버지, 어머니, 4녀 1남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게 살았지요. 시골에서 농사도 지으시고 집을 짓는 일도 하시며 힘든 일을 많이 하셨지만 솔직히 생활력이 강하신 분은 아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나아져 보겠다는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늘 말이 없으셨고, 술을 많이 드셨고, 무섭게 저희들을 대하셨고, 저희들에게 따뜻한 말 따뜻한 웃음은 별로 보이지 않으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엄마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고, 돈이 필요해도 엄마에게 말을 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학교 성적이 좋아도 상을 받아와도 칭찬 한 번 제대로 해 주신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어릴 때 아버지는 그저 말 한마디 붙이기 힘든 무서운 존재였지요. 저는 넷째 딸로 언니들보다 욕심이 많아 언니들과 달리 대학을 나와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막내인 남동생은 어릴 때 병으로 약간의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고, 직업도 갖지 못하고 그냥 집에 있습니다. 언니들은 결혼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고, 저 또한 같은 직업의 남편을 만나 두 아이를 낳고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딸들이 모두 결혼을 해서 시골집엔 아버지와 엄마 동생이 살고 있는데 집안 살림에 도움이 못 되신 아버지덕에 엄마가 계속 공장에 다니시면서 힘들게 번 돈과 그나마 제가 결혼을 하면서 엄마에게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생활이 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거의 집에 계시면서 조금의 농사일을 하시고 계시는데, 얼마 전 엄마도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셔서 다니던 공장을 그만두시게 되었습니다. 사실 언니들은 출가외인이고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고 다들 자기 나름의 생활에 바빠 친정일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못써드렸는데, 가끔씩 전화하시는 엄마의 말로 아버지와 남동생이 많이 다툰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다 큰 아들이 직장도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고 답답하신 마음에 동생에게 괜한 화풀이를 자주 하신 것 같습니다. 남동생도 욱하는 성격이라 그렇게 아버지에게 또 대들기도 하고요. 말씀은 안하시지만, 모아둔 돈도 재산도 없어 경제적으로 한계를 느끼신 듯도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지병이신 뇌경색으로 계속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엄마 또한 많이 괴롭고 경제적으로도 힘드셨던지 언젠가 한 번 아무 말도 없이 며칠을 나와 계신 적이 있습니다. 서울 큰 언니집에 계셨는데, 아버지께는 아무 말 안하셨죠. 저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고요. 저는 엄마가 정신적으로 좀 쉬시길 바랐고요. 그게 도화선이었는지....그 일이 있은 후로 아버지는 엄마를 계속 쫒아 다니셨고, 의심을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핸드폰 통화내역을 몰래 살펴보시기도 하고, 몰래 엄마 가방을 뒤지시고, 엄마가 돈을 다른 데(교회나 목사 이모) 빼돌리는 건 아닌지 통장을 여기저기 찾아다니시기도 하셨답니다. 또 귀가 안좋으신 아버지가 밤늦게까지 텔레비전을 너무 크게 틀어놓으셔서 각방을 쓰고 계셨는데 아버지가 엄마가 있는 방에서 주무시게 되었답니다.
엄마는 제가 어릴 때 동생이 많이 아팠을 때(죽다 살아났다고 해요) 교회를 다니시면서 기도를 하시면서 많은 힘을 얻으신 이후로 지금까지도 신실한 신자로 지내고 계십니다. 엄마 말에 의하면, 안그러셨는데 아버지께서 이것저것 너무 잘 드시고, 돈에 대한 집착을 보이시고, 엄마가 도망갈까봐 불안해 하시는 것 같다고 합니다. 엄마는 제가 보내드리는 돈의 일부를 목사 이모네 교회에 헌금하시는데 그걸 당신에게 주면 안되겠냐고도 하시고, 엄마한테 집 나가려거든 있는 돈 다 주고 나가라고도 하셨답니다. 한 번은 남편과 애들과 친정에 갔는데, 아버지가 저를 불러 앉혀놓고 큰 소리로 따지듯이 너희 엄마만 힘들었던 거 아니라고 당신도 돈 버느라 힘들었다고 왜 너희들은 엄마한테만 뭐든 얘기하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 힘드셨던 거 알고 있다고, 죄송하다 말씀드렸죠. 사실 저 결혼할 때 반대하셨던 아버지는 반대했었다는 말까지 제 남편이 듣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반대의 이유인즉슨 언니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엄마한테만 말하고 당신한테는 말 한마디 없다가 결혼한다고 인사를 와서였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엄마한테도 그런 말은 안했거든요. 아버지는 가족들이 모두 당신만 따돌린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아버지가 원래 감정표현 안하시고 말이 없으시듯 딸들 성격 또한 마찬가지인 것을 아버지는 모르셨습니다. 대화의 부족 탓이겠죠...
오늘 또 엄마의 무거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이모들 넷이 김장 같이 하려고 오셨는데 아버지가 목사 이모를 보자마자 큰소리로 얼굴도 보기 싫으니까 내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하셨다고 하더군요...엄마는 이모인 동생들 보기 민망하고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아버지에게 화가 많이 나셨겠죠. 그래도 아버지는 잘못한거 없으시다고 미안한 내색 말 한마디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 날 이모들이 모아서 준 돈을 이모들이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아버지는 바로 통장에 넣으셨다고 합니다. 엄마는 지금 교회에도 나가지 않으신다고 합니다. 교회에 또 뭘 갖다주나 의심하시고 감시하시는 아버지 때문에...그리고 통장도 아버지에게 드리겠다고 하십니다.
어느 날은 엄마가 하시는 말을 이해하신다고 하시면서도 또 어느 날은 금새 의심하고 화를 내시는 아버지....병원에 가보자고 해도 어느 날은 가시겠다고 또 어느 날은 안 가신다고.....계속 그렇게 반복이 되는데, 아버지, 엄마, 동생 모두 얼마나 힘이 들까요...또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교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 모은 돈은 친정에 다 들어가 결혼도 대출을 받아 모든 걸 해결했고, 결혼한 후로도 계속 친정에 들어가는 돈이 늘어가고 있어 남편 눈치가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엄마는 아버지가 큰 아버지처럼 치매가 될까 걱정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미 정신적으로 치료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병원을 모시고 가야할지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을지 솔직히 겁이 납니다.
모든 건 돈이 원인일까요...가족의 대화부족으로 인한 아버지의 오해가 원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