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두 달 째 어지럽습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이게 어지러운건지 현기증인건지 제가 떨고 있는 건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좀 자세하게 써볼게요.




*언제 어지러운지
저는 수험 중이고 눈뜨고 아침 먹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기상 후 한 두시간 안쪽이면 슬슬 몸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자기 전이 되면 미세한 동작(양치를 한다거나 머리를 말리거나 자려고 누워 이불을 당기는 행위)에도 몸인지 땅인지 뭔가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녁에는 필기를 하는 손과 어깨의 작은 움직임에도 바닥이 출렁이는 느낌이 듭니다. 두달째 하루도 빠짐없이 이렇습니다.




*느낌
땅이 묘하게 출렁이는 느낌입니다. 물놀이 오래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아직도 물속에서 튜브 끼고 있는 것처럼, 출렁인다는 느낌이 들어요.
혹은 지진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진원지 정도는 아니고 국내 좀 먼 지역에서 지진났는데 여차저자 제가 사는 곳도 조금 흔들리는 것 같은 지진느낌이요.
그런데 바닥이 흔들릴 리는 없으니 내가 떨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내 머리가 스프링 목각인형처럼 덜덜덜 떨고 있는거면 좀 말이 되겠다 싶어서 거울로 봤는데 떨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 상태에서 산책을 하면 마치 움직이는 기차의 통로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뭔가 걷고 있는데 걷고 있는게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입니다.

예전에 전날 짜게먹어서 다음날 기상하는데 하늘이 도는 느낌과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가는 일이 생겨서 메니에르약을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와도 느낌이 전혀 달라서, 일단은 어지러움이라고 일컫긴하지만 이 느낌이 어지러움이라고 해도 되는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어지러운지 현기증인지 떨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제 상태를 병원에서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워, 하이닥에서 진료과를 여쭤보려고 합니다. 마저 써보겠습니다.




*특히 심하다고 생각되는 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어떤 때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지 생각해봤습니다.
1. 의자에 앉아서 공부를 할 때
2. 설거지 할 때
3. 양치할 때
4. 식사할 때
5. 걸을 때
6. 볼일 볼 때
위 다섯가지의 경우에 유독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공통적으로 고개가 앞으로 빠지거나 자세가 앞으로 기울 때 더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1(공부)의 경우 처음에는 원인이 스트레스인가보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요. 엉덩이는 의자 끝에 걸치고 등받이에 몸을 기댄, 캠핑의자나 선베드에 앉았을 때처럼 뒤로 기울어진 자세를 하고 공부하면 안 어지러웠습니다. 또한 책에서 눈을 떼고 정면 벽을 보고 목을 꼿꼿하게 세우면 조금 괜찮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4(식사)의 경우에도 앞으로 기울여서 식사할 때 저작운동하는 작은 움직임에도 멀미같은 게 느껴져서 식사를 중단했었어야 했는데 뒤로 반쯤 누워 쉬니 곧 괜찮아졌습니다. 2(설거지), 3(양치), 5(걷기)의 경우도 목에 부목댄 것처럼 턱을 집어넣고 꼿꼿하게 유지하면 어지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고개가 앞으로 빠지거나, 몸을 앞으로 기울일 때 더 안 좋지 않았나 판단했습니다. 다만 어지러움이 멈추는 것이 고개를 앞으로 빼지 않아서인지, 머리에 어떤 흔들림도 주지 않아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추가로 플라시보일 수 있는 것.
뒤통수 아랫부분을 딱딱한 것으로 마사지해주면 증상이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커피를 마셨을 때 단기적으로 괜찮아지는 듯 했습니다.




*아니라고 생각라는 것들과 그 이유
1. 메니에르와 이석증은 아닙니다. 이비인후과는 다녀왔습니다. 안진검사와 청력검사 정상이었고 빈혈을 염두에 두고 했던 혈액검사도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보나민에이정과 노이로민정을 2주치를 처방 받았고 현재 4일 째 복용중입니다. 전정신경이 과민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찾아보니 노이로민은 2주는 복용해야 효과가 나온다니까 어떤 정신적인 개선은 차치하고서라도 어지러움 자체도 크게 개선되지 않아서요. 식사하다가 메스꺼움을 느끼는 것과 약간의 어지러움은 사라졌지만 대체로 증상은 그대로입니다.

2. 편두통성 어지럼증은 아닐 것 같습니다. 편두통으로 현재 7년째 신경과를 다니고 크래밍(에르고타민+카페인)을 처방받고 있습니다. 월에 3회정도 복용합니다. 편두통성 어지럼증이 아니라고 생각한 이유는, 어지럽기 전에 전조가 없었으며 편두통이 와서 크래밍을 먹은 날에도 두통은 사라지더라도 어지러움은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그 외 컨디션
관련이 있나 싶지만 근래의 컨디션에 대하여 일단 써보겠습니다.

어지러움이 시작된 비슷한 시기부터 근육 경련이라고 하나요? 온몸에 쥐가 잘 났습니다. 스트레칭이나 홈트를 할 때에 ‘이런데에도 쥐가나나?’싶을 정도로 어깨, 등, 위팔, 엉덩이, 겨드랑이, 종아리에 쉽게 쥐가 났습니다. 현재 마그네슘을 1주일 째 먹고 있는데 근 며칠 그러진 않네요. 그리고 근육이 좀 줄은 것 같긴합니다. 오랜만에 무산소를 했는데 전보다 많이 못 들겠더라고요. 좀 기력이 없긴한데 그렇다고 원래도 그렇게 기운찬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도 합니다. 알람이 잘 안들려요. 잠결에 끄는건지 진짜 못 듣는건진 모르겠지만 좀 일찍 일어나 보려고 7시 30분 전에 알람 맞히면 늘 안 들려서 매일 7시 40분에 일어납니다.

주3일 유산소를 1시간씩 하는데 운동하다 다쳤는지 자면서 뭘 걷어 찼는지, 그것도 아니면 일상생활하다가 무리한 자세를 취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달 째 발등과 발목 사이가 뻣뻣하고 아픕니다. 금가거나 그런 건 아니고 힘줄 지나가는 위치라고 하셨습니다. 정형외과 두 번 가서 소염진통제 처방받고 물리치료 받고 주사도 맞았습니다. 주사 때문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어지럼증이 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 다녀온 날 모두 네 시간 뒤 어지러움이 심해지고 식은땀이 났고 밤새 구역감이 심해져 약간의 구토를 했습니다. 아직도 발등이 조금은 아픈데 많이 괜찮아진 것 같기도하고 또 토하게 될까봐 무서워서 병원은 더 안갔습니다. 발목 때문에 지난 한 달은 유산소 강도도 낮췄습니다.

매일 하루에 한두번 정도 편두통 전조가 올때 커피를 마십니다. 커피 한 번에 카페인은 40mg안쪽입니다.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카페인은 150mg입니다.) 병원에서 크래밍은 의존성이 있으니 많이 먹지 말라고 하셨고, 제가 크래밍을 먹으면 설사, 구역감을 경험하기 때문에 약보다는 커피에 우선 손을 대는 편입니다. 대신 원래 기호대로 먹던 커피는 끊었습니다. 전조 때 외에는 커피 먹지 않습니다.

발음에는 문제 없습니다. 균형도 얼추 잘 잡습니다.




끝입니다! 다 적은 것 같아요. 엄청 기네요…
개인적으로도 검색해봤는데 경추성 어지러움에서 묘사되는 어지러움이 제 증상과 가장 비슷해보였습니다.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뒤통수 근육 풀어주면 고개를 흔들어도 덜 어지러운 것 같았고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 편두통 요인 중엔 자세도 있는데요. 어깨 스트레칭을 꾸준히 시작한 이래로 뒷목 뻐근함부터 시작되는 편두통을 안 겪은 지가 제법 되어서 뒷목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맞나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괜히 이 과, 저 과 다니면서 진빼기 전에 좀 특정해서 가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