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지난 글에서는 흡연이 여성 본인과 태어날 자녀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진 적당한 음주는 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얼마 전 ‘역학지’에 예일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약 4,500명의 여성과 이들 자녀를 대상으로 음주가 출산 후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연구 결과 임신 중 술을 적당히 마시면 미숙아나 저체중아 출산 등 좋지 않은 출산 예후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 중 약 33%에서 임신 첫 달 동안 술을 마셨다고 답했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답한 여성들보다 소량 혹은 적당히 마신 여성들이 오히려 저체중이나 키가 작고 머리 둘레가 작은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 시 체중과 머리둘레는 성장과 영양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또한, 임신 3기 음주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술잔을 들고 있는 임산부술잔을 들고 있는 임산부

그러나 위 연구결과로 적당한 음주가 건강한 출산으로 이어진다고 단언할 수 없다. 특히 서양과 동양의 음주문화 및 습관, 마시는 술의 종류 등이 다르고 개인마다 알코올을 흡수, 분해하는 소위 해독능력이 모두 다르기에 정확한 근거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의 결과도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고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팀이 PLOS ONE 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초기 음주가 뇌 영역 중 해마라는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에 영향을 미쳐 일부 유전자 기능의 변화 유발과 함께 골수와 코의 후각 상피 내 유전자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임신이 된 지를 잘 알지 못하는 시기인 임신 3~4주의 음주가 자녀의 뇌에 유전자 기능을 변화시키고, 결국 뇌 구조에서 장기적인 변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였다.

임신 중 음주가 자녀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서 정신의학연구지에 발표한 초등학교 자녀를 둔 부모 약 2만 명과 아이들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에서 간접흡연과 음주에 노출된 산모에게서 출생한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 행동장애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고 발표했다. 산모가 직접 흡연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자녀 위험이 2.6배, 간접흡연에만 노출된 경우에는 1.2배, 간접흡연에다 음주까지 했을 때는 위험성이 1.6배까지 높아졌다.

임신의 시기에 따라, 음주량에 따라 상반된 연구결과를 보이기는 하지만 임신 중 음주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두 잔은 괜찮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안으로 삼으면서 음주를 하는 것 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고 적당한 운동, 주위 가족의 도움으로 임신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글 = 아미율한의원 이훈 원장 (한의사, 한의학박사)>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이훈 HiDoc 한의사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