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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이번 칼럼의 제목은 아주 오래 전에 본 영화 ‘개와 고양이에 대한 진실(The Truth about Cats and Dogs)’를 인용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 우마 서먼이 나온 영화이지만, 스토리는 사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지, 오랜기간 고양이도 길렀었고, 개도 길렀던 경험에 따르면, 이 두 동물의 속성은 너무나 차이가 극명하다고 느꼈고, 그것을 ‘다한증(Hyperhidrosis)’와 연관지어 얘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다른 두 개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개와 고양이는 모두 인간의 다른 속성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우선, 개는 인간의 ‘사회성’을 닮았습니다. 동료애, 복종, 충성, 부지런함 등등… 주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복종으로 항상 주인의 곁을 배회하고, 귀찮을 정도(?)로 따라 다닙니다.

반면에 고양이는 인간의 ‘개인성’을 닮았습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이며, 게으릅니다. 주인이 와도 반기는 일도 없고, 그나마 주인이 귀찮게 해야만 놀아주는(?) 정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간혹, 주인을 자신의 동료나 종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개와 고양이의 속성에 대한 내용이 ‘다한증’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제가 이런 두 동물의 속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선, 항상 저를 찾아오는 환자분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다한증은 엄밀하게 질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한증은 인간의 본성의 다양한 표현 형태입니다.’

이기 때문입니다. 다한증을 오랜 기간 연구하고, 환자들을 진료, 치료하면서, 더구나, 저 자신도 ‘식이성 안면 다한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한증을 인간의 본성에 따른 증상의 정도 차이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미묘하게 충돌을 일으켜서 불편감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전 컬럼에서 이야기했듯이, 다한증을 유발하는 교감신경계와 호르몬계는 정상적인 인간의 생리적인 현상입니다. 원시 인류에게서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더욱 발달시킬 수 밖에 없는 생리현상이었고, 인류가 만물의 영장으로서 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긴장상태, 온도나 습도변화에 대해 대처하는 인간의 고유 속성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한 개체에게는 고유의 영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의 영역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도시공간에서는 그러한 영역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붐비는 지하철, 버스 안에서 나의 개인적 영역이 깨지고, 누군가가 침입할 때, 우리는 본성에 따라, ‘땀’을 흘리고, 보호본능을 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시시대에는 달리기를 하고, 나무에 매달리기 위해서 흘렸던 ‘땀’이, 입시제도의 긴장상태에서 시험 답안지를 작성하면서, 영업을 하면서, 모르는 사람과 악수라는 접촉을 하면서, 손발이나 얼굴에서 ‘땀’을 흘리게 되고, 그것이 새로운 생활의 불편감을 초래하게 됩니다.

사실, 이런 문제는 농경사회에서 혼자 드넓은 밭에서 갱이질을 할 때는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좁은 도시 공간에서 지하철 1칸에 3-400명까지 들어가는 문명의 이기에서는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명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비해서 인간의 본능적 생리현상은 진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쫓아가기가 힘들며, 그 격차에 의한 불편감을 저의 환자분들이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일시적(?) 일 수 있는 그러한 부분을 해결하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저의 직업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진실, 인간의 본성, 다한증…
시간이 지날수록 다한증의 문제는 의학적인 문제를 벗어나서,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음 칼럼은 정신신경학적 문제나 기후변화의 문제를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 에비타의원 전철우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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