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질환·치료

간단하지만 쉽지 않은 질문으로 시작해본다. ‘당신은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나요?’ 대답할 수 있다면 두 번째 질문, ‘어제 커피를 몇 잔 마셨나요?’ 쉽사리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우리는 다이어트에 있어 식이조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듣는다. 한 공기 먹던 밥을 반 공기로, 간식으로 먹던 과자를 과일로 바꾸려는 노력도 식단을 바꾸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 원래 섭취보다 소비 칼로리가 더 많으면 살이 빠져야 정상 아닌가? 섭취 칼로리를 줄였는데 그대로라니. 그 이유는 무엇일까.

메모메모

사람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이라는 장치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남겨 놓고 싶은 것만 제멋대로 저장한다. 게다가 기억을 불러낼 때마다 세세한 부분은 무시되고 가공된다. 지방흡입 등을 고려하는 다이어터들이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식사일기를 적지 않는다면, 추후에 먹는 양이나 종류를 적게 추산(under-estimate)하여 기록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즉,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면, 실제로 섭취한 칼로리가 얼마인지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 분명히 먹는 양을 줄이는 노력을 했다.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간식과 음료 등을 통해 지속해서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면, 더욱이 지방흡입 수술이나 시술을 이미 경험했다면 식사일기 작성을 추천한다.

자신이 그날 먹은 것에 대해 기록함으로써 식사량과 간식량 조절이 가능하고, 부족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파악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한, 매일 반성을 통해 스스로 피드백을 하고 식사조절을 하면 자연스럽게 몸무게가 줄어든다. 물론 칼로리 계산이 귀찮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세분화된 계산법을 과감히 포기하고 일인분량 기준으로 대략 정해도 좋다. 대신 식사량과 음식 종류에 포인트를 두고 작성하면 된다.

식사일기의 내용은 식사 시간, 장소, 음식 종류 및 섭취량 작성, 칼로리 및 섭취 열량 계산, 수분 섭취량, 운동시간, 배변, 그리고 오늘의 반성 등이다.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아침, 점심, 저녁을 표로 만들어서 작성하고 나머지는 간단히 기록할 정도로만 작성해도 충분하다. 자신만 잘 알아볼 수 있으면 된다. 대신 자신이 매일 기록한 식습관을 보고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팁,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의 식습관에서 ‘크게’ 달라지면 달라질수록 감량 후 유지가 어려워진다. 식사일기를 통해 평소 식생활을 꼼꼼히 확인하고 무엇을 먹는지, 하루에 물은 얼마나 마시는지, 단백질이나 채소 섭취는 부족하지 않은지 등을 매일 기록하면서 자신의 식습관을 확인하고 조금씩 고치는 것이 감량 후 유지에 효과적이다.

학창시절 한 번쯤 읽어봄 직했을 이하윤의 수필 ‘메모광’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내 메모는 내 물심양면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전 생애의 설계도(設計圖)이다.’ 그렇다면 다이어터에게 식사일기란 무엇이 될까. ‘내 체중감량의 전진하는 발자취며, 소멸해 가는 칼로리의 계산 식이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정은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 공유하기

    주소 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trl + v 를 눌러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하세요.

    확인
    닫기
김정은 365엠씨(mc)병원 전문의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