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의학기자 이인재 원장ㅣ출처: 하이닥
모자를 쓰면 탈모가 심해진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 각종 검색 사이트의 정보를 보면, 이 주제에 대한 검색량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모자를 쓰는 것이 탈모를 심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모자를 써서 탈모가 생기기보다는 탈모가 생겨서 모자를 쓰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몇 가지 매우 드물지만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모자를 쓰는 것이 탈모를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 몇 가지를 살펴보고 그 이유를 통해 탈모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피가 잘 안 통할 정도로 꽉 끼는 모자를 매일같이 너무 자주 쓴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탈모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혈액순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정 부위의 두피가 아주 강하게 압박되는 모자이거나 쓰고 벗을 때 머리카락이 강하게 당겨지고 일부 빠지는 이런 극단적인 종류의 모자는 탈모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모자를 너무 자주 쓰면 땀과 습기로 균이 번식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염증이 생기고 또 염증이 잘 치료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되면 모발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밤에 머리를 감고 잘 말리지 않은 상태로 잠에 드는 것 역시 같은 원리로 탈모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자를 쓰는 행위 자체는 탈모의 악화 요인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모자로 인해 염증이 생겼다면, 어떤 치료를 진행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항균 효과가 있는 샴푸를 사용해 보는 것이 좋다. 샴푸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국소적인 연고 치료가 필요하다. 항진균제나 스테로이드 등을 바르고, 경우에 따라 먹는 약 치료까지 고려해 볼 수 있다.
탈모의 원인이 염증이었다면, 이러한 치료를 진행하면 점차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전성 탈모가 진행되던 차에 일시적으로 두피에 염증이 생겼던 것이라면, 염증이 개선되더라도 탈모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엔 항균 및 항염 치료와 더불어 탈모 치료도 따로 진행되어야 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인재 원장 (피부과 일반의)
<전문가 칼럼은 하이닥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언론사 하이닥,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