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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우리는 몇 살부터 노인(老人)이라 불러야 하는 걸까? 노(老)자의 성형문자의 의미는 사람이 머리를 길게 풀어 늘어뜨리고 지팡이를 짚고 가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노인연령이 65세 이상이 맞을까? 앞날이 창창한데 우리는 너무 일찍 노인이라 불리는 것 같다. 대접한답시고 불러주는 호칭이지만 ‘어르신’, ‘아버님’ 소리를 들으면 ‘차라리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는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이 연령이 70세로 상향 조정될 수도 있다. 사람을 칼로 두부 자르듯 분류할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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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현재의 장년층 및 노년층에게 스트레스 및 우울증과 인생파탄의 요인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편인데, 사실이든 핑계든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대에 있어서 사회-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는 가장 비중 있던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이는 중, 장년층들의 자살 생각은 경제요인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반영해 준다.

20대와 30대의 자살 사망률은 중간 정도의 증가율에 그친 반면, 장년기와 노년기에 이르는 40대 이상 연령층의 자살 사망률은 19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소위 대한민국의 IMF 구제금융 요청(1997년 12월 3일~ 2001년 8월 23일)사건인 외환위기를 전후로 해서 가파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요인 외에 몇 가지 특이한 점도 발견된다. 중장년과 노년층에서 공통적으로 흡연이 높은 자살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즉, 흡연율이 높은 것은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한데, ‘담배를 피워 대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삶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답답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인생을 살아가는 와중에 보편적으로, “자살을 할까 말까?”하는 생각을 자주하는 정도는 만 65세 이상의 연령집단이 그렇지 않은 연령집단에 비해 거의 2배에 달한다고 한다. 고로,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들의 말이 결코 거짓말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년층에게는 역할상실, 경제 불안정, 성인자녀와의 관계 및 외로움 등이 문제가 되며, 또한 노령화로 인한 몸의 불편함은 늘어나는 반면 불충분한 의료서비스 대한 걱정으로 인한 자살이 많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현상도 나타나는데, 노년층의 경우에는 아주 특이하게도 2인 1가구, 즉 부부만 살 때보다, 3인 1가구, 즉 한 명의 자식과 함께 살 때에 자살유혹을 많이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뿐인 자식에게 건강, 재산상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된다. 자녀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 등이 큰 심리적 부담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청년층을 대상으로는 실업대책을, 장년층을 대상으로는 소득보전 등 가구소득 안정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덧붙여, 노년층을 위해서는 자존감의 회복 및 유지, 건강관리에 대한 자신감 부여와 적재적소에서의 지원을 제공해야 하는데, 특히 적절한 역할을 주어 역할상실 문제를 극복해 주는 사회분위기와 시스템의 지원이 절실하다.

모든 사람이 풍족하게 살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65세~70세 정도가 기대수명이던 시대에는 ‘있는 것 다 쓰고 가기에 시간이 모자라다’며 불평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기대수명 100세 시대가 오는 것이 마냥 기쁜 일 만은 아닐 것이다. 70~80세 무렵이면 이미 보유한 돈과 자산이 모두 떨어져 100살 될 때까지의 20~30년을 굶어가며 구질구질하게 살아남아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에 살고 싶은 생각이 뚝 떨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마냥 젊고 건강할 수만은 없다. 인간신체의 노화는 이미 20세란 젊은 나이를 정점으로 성장이 아닌 퇴화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정신력으로 버틸 수도 있지만, 세월이라는 풍파에 부스러져가는 육체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또 긴 세월 갈고 닦은 탁월한 경륜을 활용할 시점이 바로 노년기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청년기부터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좋다. 격렬한 운동과 열정적인 활동도 좋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와 특기를 배우고 익혀두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그리고 나이가 차면 죽고 싶지 않아도 죽는다. 당연한 섭리를 거스를 순 없으므로 우리는 청년, 장년 시절부터 무리하지 않는 적절한 운동, 명상과 각종 취미를 미리 갖추고 준비해 두어야 한다. 사실 돈만이 최고는 아니다. 노후생활을 위해 충분한 돈을 준비해 두었다고 해서 행복한 생활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특히 비싼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걸로 마련해 두는 것이 좋겠다. 우리의 분수 넘치는 욕심이 이런 소박한 인생 사는 방법을 무시하기에 자꾸 탈이 나는 것은 아닐까?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최성환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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