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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얼마 전 화병과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기 시작한 남자 환자가 한 분 있다. 이 남자분의 성격은 다소 내성적이고 점잖은 면이 많았고 아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와 아내와의 갈등이 점점 심해졌다.

“솔직히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요. 조금만 아내를 이해해주면 좋겠는데 너무 종부리 듯하시니 어지간한 아내도 못 견디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렸어요. 다행히 아내가 저에 대한 애정은 있어서 계속 연락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환자는 주말이면 아내를 보러 멀리까지 갔다 오곤 하고 있었는데 부모를 생각하자니 떠날 수가 없고 아내를 생각하자니 여기 있을 수도 없고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다가 그만 가슴에 화병이 생긴 것이다.

고민하는 남성고민하는 남성

고부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당사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중간에서 남편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해결의 관건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는 남편이 어머니의 편을 들고 아내보고 참으라고만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반대된 거 같다. 오히려 아내의 편을 들고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조금은 아내에게 치우쳐있는 관계의 유지가 사실 옳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핵가족시대이고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치우쳐 있다는 게 무조건 아내의 편을 들라는 것이 아니니까 오해는 없어야 한다. 남편이 아내의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한다는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상대방에게 내 마음이 이해된다면 억울한 기분도 없어지고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머니에게 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나! 한번 돌이켜 볼 수도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여성들은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는다. “수고했어. 당신 맘 잘 알아. 내가 다음에 다 갚아 줄게.” 간단하지만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지금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인해 힘들다면 남편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놔야 한다. 속으로 감추고 꾹꾹 쌓아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남편을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어놓고 그 든든한 배경 아래에서 시어머니나 시댁과의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남편의 마음을 먼저 이해시켜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남편을 이해시키면 자연스러운 위로의 반응도 나올 것이다. 결국, 부부간에 사랑하고 화목하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글 = 인천참사랑병원 김형배 진료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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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윤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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